[오풍연 칼럼] 국정원이 이전 정권에서 불법사찰 등 정치에 개입한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사찰 대상도 정치인 뿐만 아니라 언론인 등 방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나도 그 대상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사찰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그것을 이제와서 모두 까자고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나는 묻고 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정쟁이나 갈등을 유발시키지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국정원에 맡길 수는 없다. 정치권이 풀어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 것도 시의적절 하다고 본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악순환을 제도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꼭 필요하다. 지금 국정원이 사찰 자료 등을 공개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것은 뻔하다. 또 다시 국정원을 정치에 끌어들이는 꼴이 되는 까닭이다.
박 원장은 “과거 불법 사찰도 잘못이지만 정치와 절연해 온 문재인 정부 국정원에서 이것을 정치에 이용하거나 이용되게 두는 것은 더 옳지 못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선전포고(?)를 했다고 할까. 국정원을 더는 끌어들이지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그러려면 정치권이 나설 수 밖에 없다.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한 이유다.
불법 사찰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도 관여됐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더 불거졌다. 부산서 야당에 밀리고 있는 민주당이 이것을 이슈화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24일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불법사찰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불법사찰은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됐고 비정상적으로 수집된 문건이 20만건, 사찰대상자는 무려 2만명”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이를 두고 국정원 사찰 문건이 이슈가 되는 게 정치 개입이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박 원장은 이에 대해 “최근 언론보도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서 당사자들이 공개청구를 하고 받은 청구인들의 자료가 언론에 나갔기 때문”이라며 “당사자들이 자료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권한은 없다. 국정원은 행정 절차만 이행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을 ‘선거 개입’ 등 정치 영역으로 다시 끌어들이려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는 국정원 개혁을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박 원장을 공격하는 것도 옳지 않다. 누구보다도 국정원의 폐해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박 원장이다.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수 없이 다짐하는 것을 그로부터 들었다. 여기서 박 원장도 끌어들이지 않는 게 좋다. 불법사찰 문제 만큼은 여야 정치권이 전향적으로 풀기 바란다.
사실 박 원장도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국회의원을 했던 만큼 사찰 대상이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어찌보면 박 원장 역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제도적으로 근절시키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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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