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대외채권도 12년 만에 감소 전환...단기외채 비율 8년 만에 최고
[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지난해 서학개미들의 해외 증시 투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음에도 한국 증시 급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말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은 4414억 달러로 595억 달러 감소했다. 해외주식 투자 열풍 등에 힘입어 매년 몸집을 불려오던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은 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대외금융자산)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대외금융부채) 잔액을 뺀 수치를 말한다.
주요국 증시 상승과 맞물린 서학개미의 매수 행렬 등으로 지난해 대외금융자산은 전년말 대비 2363억 달러 늘어 사상 최대치인 1조9361억 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한 것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잔액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은 관계자는 "대외금융자산과 대외금융부채 모두 사상 최대치인데 순대외금융자산이 감소했다"며 "국내 주가와 원화가치 상승 등 가격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대외금융부채가 더 많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대외금융부채는 1조4946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2958억 달러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한국 코스피(KOSPI) 지수가 30.8% 뛰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잔액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DJIA)가 7.2% 오르는데 그쳤고 유럽연합(EU) 주가는 5.1% 감소하고, 중국 주가도 3.8% 빠졌다.
순대외채권도 4782억 달러로 전년말 대비 24억 달러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순대외채권이 감소 전환한 것은 2008년 이후 12년 만의 기록이다.
순대외채권은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받아야 할 돈(대외채권)에서 갚아야 할 돈(대외채무)을 뺀 수치로 한 국가의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낸다.
지난해 대외채권이 1조207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731억 달러 증가했지만, 대외채무가 5424억 달러로 755억 달러 늘어난 영향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대외채무 중 단기외채는 1575억 달러로 230억 달러 늘었고, 장기외채는 3850억 달러로 525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외채가 늘어나면서 준비자산(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35.5%로 2.6%포인트 상승, 지난 2012년말(38.8%)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았다. 외채 건전성을 나타내는 총외채(대외채무) 대비 단기외채 비중도 29%로 0.2%포인트 상승, 지난 2012년말(31.1%)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