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민주당 안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고 한다. 당헌에 따르면 6개월 전에 뽑도록 되어 있다. '대선 180일 전' 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다. 그럼 9월 초에는 뽑아야 한다. 지금부터 계산하면 7개월도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가지 않아 불은 붙지 않은 상태다. 4월 재보선 이후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경선을 연기하려면 당헌을 고쳐야 한다. 전 당원 투표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경선 연기는 친문 측에서 주장하고 있다. 야당보다 먼저 후보를 뽑아 빌미를 제공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를 편다. 야당은 4개월 전에 후보를 선출한다. 여당 후보를 먼저 뽑을 경우 표적 공천을 할 수도 있다. 또 6개월 전 선출은 너무 미리 뽑는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당내 역학구도와도 무관치 않은 듯 하다. 현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오차 범위 밖 지지율 1위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쫒아가기는 힘에 겨워 보인다. 다른 주자들이 나오지 않는 한 이재명 대세론을 꺾기 어렵다. 친문이 가장 경계하는 구도다. 어떻게든 이재명을 끌어내리려고 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만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친문은 여전히 이재명을 믿지 못하는 듯 하다. 지난 번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한 데 대한 앙금이 가시지 않은 것도 있을 게다. 시간을 더 벌어 이재명 대항마를 찾겠다는 뜻이다. 친문 그룹은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미련도 버리지 못 하고 있는 것 같다. 김 지사가 기사회생할 경우 시간이 필요한 만큼 거기에 대한 대비도 하자는 포석을 깔고 있다.
이재명 측은 발끈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자신들에게 훨씬 유리한 데 선거판을 바꿀 이유가 없다는 계산에서다. 이 지사 측은 “경선 연기는 누가 봐도 현재 1등인 이 지사 견제 목적”이라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판을 흔들면 당이 내분에 휩싸이고 극심한 혼란이 따를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이 같은 경선 연기 주장이 정세균 국무총리나 ‘드루킹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수 등 잠재적 대선 주자들에게 이 지사를 따라잡을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의도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당도 시끄러웠다. 신영대 대변인은 15일 “당 지도부가 경선 연기를 논의한 바 없다”면서 “소설”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문 진영에서는 “연기할지 말지 전 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당 홈페이지 권리당원 게시판에서는 “경선 연기 찬성한다, 온라인 투표 해보자” “경선 연기는 일정 변경이 아닌 ‘정상화’”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민주당 지도부는 친문의 집단행동에 같은 행보를 보이곤 했다. 이번에도 경선 연기를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선 연기는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 너무 일찍 후보를 선정할 필요가 있는가. 3~4개월 전에 후보를 뽑아도 충분하다. 오히려 민주당 당헌이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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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