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5:35 (토)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백운규 전 장관 영장 기각,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 오풍연
  • 승인 2021.02.09 09:29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풍연 칼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백 전 장관은 8일 밤 늦게까지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과도한 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커졌다.

오 부장판사는 "백 전 장관 범죄 혐의에 대한 검찰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면서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여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월성 원전 자료 삭제 등 혐의로 산업부 공무원 2명이 이미 구속 기소된 데다 이들의 진술도 확보된 상태여서 백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 꼭 구속을 하지 않아도 된다.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정부 정책을 집행하다 실정법을 어긴 경우 개인 범죄와 또 다르게 볼 필요는 있다. 재판부 역시 그런 점까지 감안해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나 싶다. 다만 조직적으로 범죄에 가담했다면 다시 생각해볼 일이기는 하다. 아직 거기까지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당장 검찰 수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백 전 장 장관을 구속한 뒤 청와대 등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법원은 영장 기각 사유에서 청와대 지시 및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오 부장판사는 "확정적이지 않은 개념을 요건으로 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를 해석·적용할 때에는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엄격해석 원칙과 최소침해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백 전 장관이 원전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는 상황에서 검찰이 혐의를 모두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백 전 장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 대전지법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로,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백 전 장관을 상대로 관련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챙겼기에 윤 총장도 일정 부분 타격을 입을 것 같다. 윤 총장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사실 이런 자세도 옳지 않다. 검찰 수사는 검찰에 맡겨 두어야 한다. 정치권에서 이러쿵 저러쿵 하면 안 된다. 법과 절차에 따른 수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리 국가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청와대 윗선도 필요하다면 수사를 해야 한다. 백운규 구속영장 기각이 다는 아니다. 청와대의 불법이 있었다면 그것 역시 함께 짚어보아야 한다. 법의 사각지대는 있을 수 없다. 누구든지 법 앞에 평등하고,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 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 국가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