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내가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재명 경기지사가 주장하는 ‘기본소득’에는 동의할 수 없다. 모든 국민에게 다 나눠주자는 게 기본소득의 개념이다. 결국 그것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한다. 다시 말해 내가 내고 내가 받는다고 할까. 돈은 그냥 준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것은 지난 번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줄 때도 드러났다. 스스로 받지 않겠다고 포기한 사람은 아주 적었다.
이재명은 기본소득을 자기의 브랜드처럼 내세운다. 그것을 갖고 인기몰이도 한다. 일반 대중은 그렇다. 당장 퍼주면 반대하지 않는다. 우선 받고 본다. 나중에 자기가 세금을 더 내더라도 달콤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는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만 그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재명을 혹평한다. 뭘 모르면서 설쳐댄다고.
전윤철 전 경제부총리가 따끔한 말을 했다. 그는 8일자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정은 국가 경제의 최후의 보루다. 한국처럼 자연자원이 없는 나라는 재정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지금 상태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이 한국 국가채무비율이 2025년에 65%까지 뛴다고 전망했다고 한다. 코로나 상황이라 재정을 풀어야 한다지만, 문제는 어떤 기준으로 풀 거냐다. 재난지원금 등으로 돈을 풀면 소비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기본소득에 부정적이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4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성공리에 운영한 나라가 없고 한국의 규모를 감안할 때 실험적으로 실시하기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지사의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 이재명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는 "1인당 연간 100만원(분기별 25만원씩) 기본소득은 결단만 하면 수년 내 얼마든지 시행가능하다"면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지만, 너무 미뤄서도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급 방법으로 전에는 현금 지급을 상정했으나 경제 유발 및 양극화 완화 효과가 큰 지역화폐가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재정은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퍼주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재명이 얘기한 것처럼 좋은 제도라면 왜 선진국도 도입하지 않았겠는가. 이재명이 이에 대해 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주장은 자유지만 책임도 져야 하는 까닭이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