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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법원의 '막장' 드라마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과 법원의 '막장' 드라마
  • 오풍연
  • 승인 2021.02.0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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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내가 처음 법조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87년 가을이다. 그 해 수습기자 딱지를 떼고 처음 배치받은 곳이 사회부 법조 출입이다. 법원과 검찰을 담당했던 것. 김명수 대법원장(사법연수원 15기) 동기들이 군 법무관을 마치고 임관한 게 89년 봄이다. 그러니까 내가 김 대법원장 동기들보다 법조 선배인 셈이다. 따라서 그 때부터 많은 법조인들을 보아왔다.

당시 기자들도 판사들 방에는 잘 들어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려웠기 때문이다. 단독 판사는 물론 부장판사, 법원장, 대법관 방도 어쩌다 한 번 들를까말까 했다. 특히 대법관은 권위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 대법관 방에 갔는데 고등법원장들이 신년인사차 들렀다. 웬만하면 들어와 앉으라고 할 법도 한 데 밖에 나가 선 채로 접견하는 것을 보았다. 그만큼 위계질서가 뚜렷했다는 얘기도 된다.

4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탄로났다. 거짓말을 한 지 하루도 안 지났다. 임성근 부장판사 측이 녹취록을 공개한 결과다. 김 대법원장의 음성파일도 들어 보았다.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법원장을 한다는 말인가”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SNS에 관련 글을 올렸다. 믿기 어려운 사실에 모두들 어안이벙벙 했다. 그런데 사실이다. 음성까지는 변조할 수 없는 까닭이다.

김 대법원장이 다시 해명을 내놓았다. 나는 사퇴 카드를 꺼내들 줄 알았다. 일단 버틸 때까지는 버티려고 작심한 것 같다. 그러나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김명수의 사퇴는 시간문제라고 본다. 모든 것은 사필귀정으로 끝난다. 이번에는 법원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화났다. “당장 내려오라”고 난리들 친다. 국민의 이 같은 요구는 당연하다. 거짓말 하는 대법원장을 용인할 만큼 국민정서가 무던하지 않아서다.

일각에서는 대법원장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녹음한 것을 탓하기도 한다. 이는 법원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일이다.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녹음을 한 측은 대법원장이 다른 말을 할 가능성이 크니까 녹음을 했을 것으로 본다. 정말 비극이다. 소속 법관이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못 믿는 세상이 된 까닭이다. 이런 식으로 면담이 이뤄지면 안 걸릴 사람이 거의 없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 대법원장은 자신의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약 9개월 전의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면서 "언론에 공개된 녹음자료를 토대로 기억을 되짚어 보니, 2020년 5월 경에 있었던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과정에서 ‘정기인사 시점이 아닌 중도에 사직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녹음자료에서와 같은 내용을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물러날 뜻이 없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명한 셈이다.

과연 버티기가 가능할까. 세상의 보는 눈이 너무 많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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