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등 대형주 공매도 허용시, 금지된 중소형주 매수세 커지며 변동성↑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주식시장의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두고 당국과 동학개미(개인투자자) 간 힘 겨루기가 결국 개미들의 '반쪽 승리'로 끝났다. 금융위원회의 결정이 언뜻 보면 공매도 금지를 5월 2일까지 연장한 것에 눈길이 가지만, ‘5월 재개’에 방점이 찍힌 것이다.
당국이 공매도 재개를 반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영구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투자자들의 투쟁이 예상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15일 종료 예정이었던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 2일까지 재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가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했고, 이후 이 조치를 6개월 추가 연장한 바 있다.
이에 5월 3일부터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나머지 2037개 종목은 별도 기한 없이 금지 조치가 연장되면서, 제한적 공매도 재개 방식에 대해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코스피200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등 전체 종목 중 22%가 포함돼 있고, 코스피150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10%가 속해 있다.
당초 금융시장과 정치권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가 3개월쯤 재연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는 “재연장 기간을 한 달 보름가량으로 줄인 건 시장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거래소가 관련 전산을 개발하고 시범 운영하는 데 2개월 이상 걸린다는 점과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과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개정 자본시장법이 4월 6일 시행되는 점도 감안해 재개 시점이 정해졌다.
다만 개인투자자가 반발할 여지는 남아 있다. 우선 코스피와 코스닥 대형주에 대한 공매도 허용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금지가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주는 테마주가 많은데, 공매도가 금지되면 중소형 테마주의 주가 버블이 심화된다”며 “오히려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적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동학개미의 주식 열풍으로 대형주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자칫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경우,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이에 제도 개선에 힘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도 보완이 안 되면 미국의 ‘게임스톱 사태’(개인들이 헤지펀드의 공매도에 반대해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매수해 주가를 끌어올린 일) 같은 일이 국내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를 미룬 것이 4월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개인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선거용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공매도 재개를 잠시 늦춘 ‘꼼수’라는 비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