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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의 '공기업 부리기'...군 복무를 승진반영 말라니 양성평등? 역차별?
文정부의 '공기업 부리기'...군 복무를 승진반영 말라니 양성평등? 역차별?
  • 권의종
  • 승인 2021.01.2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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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 정비’ 공문 내려보내 시시콜콜 참견...인사관리 만큼은 기관 특성에 맞게 스스로 하게 해야
  •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정부가 할 일도 없나 보다. 공기업 부리기에 맛 들인 것 같다. 시어머니 노릇이 잦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직원 승진 인사 시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는 규정을 모두 없애라고 지시했다. ‘승진 시 남녀차별 규정 정비’라는 제목의 공문을 산하 공공기관에 내려보냈다. 병역의무가 없는 여성이 승진에 불이익을 받는 불합리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도다. 역차별 논란 또한 만만치 않다.

기재부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0조를 법적 근거로 든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승진에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군 경력이 포함되는 호봉을 기준으로 승진 자격을 정하는 경우 이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으니 각 기관에서는 관련 규정을 확인해 필요한 경우 조속히 정비해 달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행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불이익을 줄 기세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 규정을 유리하게 끌어다 붙인 견강부회다.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사용하는 ‘차별’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한다. 성별 등의 사유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근로의 조건을 달리하거나 기타 불이익한 대우를 금지한다. 군 복무는 합리적 이유가 되고도 남는다. 국방의 의무보다 중한 사유가 어디 있겠는가. 남녀차별이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래서인지 영리한 기재부는 에둘러 타이른다. ‘위반할 소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책임을 피해 가는 모양새다.

고용부의 유권 해석도 근거로 삼기 어렵다. “동일한 채용조건과 절차에 의해 채용했음에도 승진에 있어 군 복무기간만큼 승진 기간을 단축해 제대군인에 비해 여성 근로자 등에게 상위 직급·직위로 승진하는데 불이익을 초래하는 게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이라고 풀이다. 단편적이다. 그렇다면 군 복무로 인해 같은 나이의 군 미필자나 여성과 비교해 2년 늦게 승진하는 것은 과연 공평하고 합리적인지에 대한 해석도 함께 내놔야 할 것이다.

병역의무 없는 여성의 승진 불이익 없애려는 의도이나...되레 역차별이라는 반론도 만만찮아

현행법은 제대군인 지원에 호의적이다. 제대군인지원에 관한 법률은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의무복무로 인해 사회참여에서 배제되는 데 대한 경제적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군 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해 호봉을 가산, 인정하는 게 ‘합리적인 차별’의 범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런 법 취지를 고려할 때 승진 심사 시 군 복무기간을 반영하는 정도는 충분히 허용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재부 공문에 대한 반발이 크다. 예상한 대로다. 군 복무를 인사고과에 가산점을 주어 반영하는 것도 아니고, 공적 업무의 연장으로 보아 보상 차원에서 승진에 필요한 기초 연한에 포함하는 것을 남녀차별로 간주하는 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남성의 경우 인생 황금기인 20대 중 2년을 희생하며 사실상 무보수로 의무복무를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공기업 정년을 남녀 모두 같은 나이로 규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군필자가 군 복무기간만큼 짧게 근무하게 되는 게 남녀차별일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정작 걱정해야 할 것은 현역 군인과 입영 대상자의 사기 저하다. 군 복무가 유리하기는커녕 불리하게 작용하는 현실에서 어느 누가 군 복무를 자원하고 국방의 의무를 지고 싶겠는가.

거들어야 할 국방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꿀 먹은 벙어리 행세다. 그러고서 무슨 낯으로 청년들에게 입대를 권유하고 독려를 하겠는가. 의무경찰 인력을 금쪽같이 활용하는 경찰청이나 행정안전부도 마찬가지다. 약속이나 한 듯 침묵 모드다. 정부 하는 일에 그토록 비판적인 언론도 못 본 척 외면하는 분위기다. 괜히 한쪽 편을 들어줬다 다른 쪽의 반발을 살까 두려워하는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시와 명령에 길들여진 공기업...대꾸도 못하고 곧바로 해당 기준 손보며 알아서 기는 형국

남녀갈등과 노노(勞勞)갈등이 우려된다. 이미 승진 혜택을 받은 직원과의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군 복무기간을 경력으로 인정받아 승진을 앞둔 직원이 승진에서 제외될 때 느낄 박탈감이 클 것이다. 군필자 동기보다 승진이 늦어졌던 여성이나 군 미필 남성도 억울할 것이다. ‘여여(女女)갈등’으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승진 혜택을 보는 젊은 여성만 여성이고,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는 여성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인터넷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공기업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36곳의 공기업과 95곳의 준정부기관 등 공공기관이 하나 같이 지시와 명령에 길들여진 느낌이다. 기재부 공문을 받고서 화들짝 놀라며 당황하는 눈치지만, 내용 검토도 없이 곧바로 해당 기준을 손보려 든다. 매년 실시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의식해서인지 대꾸 한번 못하고 알아서 기는 형국이다. 공기업 스스로 자율성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기관장 자리에 전문성이 뒤지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다 보니 생기는 역기능일 수 있다. 정피아는 정치권 눈치나 살피고, 관피아는 정부 쪽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내부적으로는 노조와 적당히 타협하면서 자리보전에 힘쓰고 다음 갈 자리를 궁리하는 ‘철새 경영자’가 적지 않다. 이들에게 경영의 효율과 성과를 바라는 것은 애당초 무리일지 모른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정부가 시시콜콜 참견하면 안 된다. 인사관리만큼은 기관 특성에 맞게 공기업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현실은 거꾸로다. 몇 명을 채용해라, 방식은 블라인드로 해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급여 인상은 얼마만 해라, 복리후생은 줄이라, 임금피크제는 이렇게 하라 등 갖은 잔소리를 해댄다. 그러려면 정부가 직접 하지 뭐하러 공기업을 만들고 기관장을 세웠는가. 쓸데없는 간섭에 공기업이 멍들고 있다. 공(空)기업이 되고 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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