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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형제의 난' 한국타이어(下) 흔들리는 조양래 회장의 후계구도와 미래
[조명] '형제의 난' 한국타이어(下) 흔들리는 조양래 회장의 후계구도와 미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1.01.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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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타그룹은 국내법인만 24개, 해외법인이 56개...잘못하다 걸리면 사익편취, 횡령, 배임혐의 등 받을 수도
굳이 그냥 놔둬도 될 계열사를 갑자기 흡수합병한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들 나와
조현범 사장의 형과 누나들, "동생이 나이든 아버지를 어떻게 움직여서 지분을 팔게 한 것 아니냐" 의심해
조양래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합병작업은 큰 지주회사가 작은 종속사를 흡수합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관련법에 따라 일반 합병이 아닌 소규모 합병으로 진행되고 있다. 소규모 합병이면 합병대가(합병신주 발행 및 자기주식교부)는 소멸사인 한아비의 소액주주들에게만 돌아간다.

지주사 대주주들이나 지주사가 갖고있는 종속사 주식에 대해서는 합병대가가 전혀 없다. 소멸사 주주들에게는 합병을 위한 주총이나 주식매수청권 기회를 주지만 지주사 주주들에게는 이것도 없고, 주총 대신 이사회로 갈음한다.

이 때문에 합병이 종료되면 지주사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분율은 현재 73.92%에서 72.43%로 소폭 하락한다. 조현식이나 조현범 지분 모두 소폭 하락한다는 얘기다. 신주 등 합병대가를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분율 20%이상 지주사 대주주가 여기에 반대의사를 표시할 경우 지주사도 일반주총을 열어 합병을 심의하거나 합병계약 자체를 무효화할 수는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현식 부회장 의 현재 지분은 20%가 안되는 19.32%.

금융감독원 공시자료를 보면 조현식은 지난 해 11월26일 이사회에서 기권했다고 한다. 합병목적 및 시너지에 대해 대표이사로는 동의하나, 주주로서는 이후 합병절차 및 행사할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검토하자는 뜻이라고 회사측 공시자료는 밝혔다. 지주사 대주주에게 어떤 대가도 없는 합병에 사실상 반대하지만 지분량이 모자라 당장 저항할 방법이 없어 앞으로 기회를 엿보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이미 지주사 주주들의 이의제기 절차는 작년 말로 종료돼 남은 기회란 소송 등의 방법 밖에 없다. 조부회장의 반대와 저항이 계속되고 있지만 쓸 카드가 별로 없어 다른 기회를 노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형제의 난에서 주목할 점...조현범, 작년 6월30일 아버지 지분 모두 인수하며 거액의 주식담보대출 받아

또 한가지 한타그룹 형제의 난에서 주목할 점은 조현범이 작년 6월30일 아버지 지분을 모두 인수하면서 거액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는 점이다. 당시 주식매입대금은 모두 2,446억원. 이중 자기자금은 246억원에 불과했고, 나머지 2,200억원은 모두 차입금이라고 신고했다. 이중 주식담보대출이 2천억원이고, 나머지 200억원은 다른 금융기관 차입금으로 보인다.

주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은 NH투자증권에서 작년 6월26일과 30일 각각 900억원 및 800억원을 받았다. 담보로 잡힌 주식은 한앤컴 지분 각각 13.29% 및 13.39%. KB증권서도 6월26일 300억원을 빌렸는데, 담보는 역시 4.8% 지분이었다. 담보로만 모두 31.99%의 지분이 잡혔다.

자기 원래지분 뿐 아니라 아버지 지분을 인수하자 말자 바로 담보로 넣은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가 주식을 판 날은 6월30일인데, 이미 26일 대출계약을 한 것으로 보면 아버지와 주식담보 대출까지 사전 협의한 것으로 보인다.

주담대는 보통 만기 6개월 단위. 금리는 KB증권이 연 3.15%, NH증권은 3.6%다. 연간이자 부담만 70억6천만원에 달한다. 금리부담도 부담이지만 주담대는 주가가 급락이라도 할 경우 증권사가 원금확보를 위해 담보주식을 팔아버리는(반대매매) 위험성을 안고있다. 반대매매가 실제 벌어지면 대주주는 지분을 잃어 경영권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재벌가들이 상속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주담대를 많이 이용하기는 하지만 주가관리 등 항상 조심들을 한다고 한다.

조 사장은 작년 12월23일 6개월 만기가 되자 일단 오는 6월21일까지 만기를 다시 연장하는데는 성공했다. 원금은 한푼도 갚지 못했다. 반대매매 부담 때문에 무한정 연기할수도 없을 것이다. 빨리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조 사장의 개인 재산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으나 급여나 배당으로는 2,200억원의 대출금을 갚기엔 어림없어 보인다. 한앤컴은 작년에 배당이 없었고 재작년에 320억원을 배당했다. 올해 재작년 비슷한 배당을 받는다면 조현범 자기 몫은 137억원 정도다. 몇 년치 배당을 모으더라도 원금 갚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장남 우대 전통이 강한 효성가 출신 조양래 회장, 왜 장남 제끼고 차남에게 지분 몰아줬는지가  의문

다른 계열사 지분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 않는다. 한타테 지분 2.07%에 불과하다. 조 사장이 봉급을 받는다는 한타테 등기이사 2인의 급여는 작년 1~9월 10억5,900만원에 불과했다. 조사장의 연말까지 연봉이 보너스 포함, 10억을 넘길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싶어도 형과 누나의 지분 추격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 당분간 주식담보대출을 연장해가며 다른 금융사 장기대출로 바꾸든가, 주식매각대금 2,400억원을 쥐고있는 아버지를 설득해 증여세를 내고 그 돈을 증여받는 방법도 있다. 기왕 도와준 것, 더 화끈하게 도와주라고 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형제들의 반발과 상속소송으로 더 번질 수 있다. 궁극적 해결책은 앞으로 온갖 방법을 동원, 돈을 마구 버는 방법 밖에 없다. 재벌가들의 수법들을 보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계열사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 기회를 볼수도 있고, 자기가 만든 작은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재산을 불리는 방법도 있다. 한타그룹은 국내법인만 24개, 해외법인이 56개에 달한다. 물론 잘못하다 걸리면 사익편취, 횡령, 배임혐의 등을 받을 수 있다.

굳이 그냥 놔둬도 될 계열사를 이번에 갑자기 흡수합병한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게 적지 않은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전기차 배터리로의 전환과정 등에서 많은 사업기회가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의도가 아니라 진짜 순수한 사업지주회사로의 전환의도일 수도 있다.

한타그룹을 지켜보면서 가지는 또하나 의문. 장남 우대 전통이 강한 효성가 출신인 조 회장이 왜 갑자기 장남을 제끼고 차남에게 몰아줬느냐는 점이다.

큰집 격인 효성가(家) 못지않게 한타그룹도 보수적이고 조용한 그룹이었다. 장남이 그동안 지주사 대표를 맡으면서 크게 잘못한 점도 없다. 차남이 탁월한 경영실적을 보였다고도 볼수 없다. 그룹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타테는 그냥 놔둬도 잘 굴러가는 탄탄한 회사다.

작년 9월말 유동비율은 무려 249%. 부채비율도 46.7%에 불과하다. 이익잉여금은 4조5천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 1조1,500억원에 달한다. 작년 1~9월 매출은 4조6,863억원. 영엽이익은 4,008억. 당기순익 2,352억원. 매출이 엄청 크지 않아도 차돌같이 단단하고 내실있는 기업이다. 지주사인 한앤컴의 부채비율도 3.8%, 차입금의존도는 0.3%에 각각 불과하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주요 지표

(연결기준 % 억원)

 

20209월말

2019년 말

유동자산

47,985

41,137

현금 및 현금성자산

11,594

8,776

자산총계

108,428

101,646

유동부채

19,255

21,310

부채총계

34,537

29,773

이익잉여금

45,000

43,430

자본총계

73,891

71,872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조현식-현범 형제, 2019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중 드러난 비리로 모두 기소돼 최근까지도 재판 받아

2019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중 드러난 비리로 형제는 둘 다 기소돼 최근까지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 조 부회장은 둘째 누나 조희원씨(54)가 한타그룹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1억1,000만원 가량의 인건비를 지급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아 왔다.

조 사장은 배임수재 및 업무상 횡령 혐의다. 한타테 대표시절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대가로 현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다. 혐의금액은 모두 8억8천만원. 1심에서 조현식은 징역1년 집행유예 2년, 조현범은 징역3년 집유4년을 받았다. 조현범은 추징금 6억1,500만원억도 있다. 최근 2심은 검찰항소를 기각, 원심판결 확정으로 종결했다. 둘 다 범죄경력이 엇비슷하지만 그래도 정도로 보면 상대적으로 조현범 사장이 중한 편이다.

과거 언론보도를 보면 조 부회장은 사익편취 지적을 받아온 개인회사 2곳을 운영했다가 지분을 매각한 경력이 있다. 당시 언론들은 문제가 될 만한 부분들을 미리 해소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2010년 만든 아노텐금산이란 회사와 아노텐더블유티이란 회사다. 아노텐금산은 설립 후 한타테 일감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100% 내부거래로 매출이 발생했다.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지적받았고 이듬해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작아지기 시작했다.조 부회장은 재작년 아노텐금산 지분을 처분한 날 다른 개인 회사 에스아이카본도 매각했다. 인수자는 아노텐금산과 동일한 홍콩 리뉴홀딩스다.

조 부회장은 이처럼 개인회사도 몇 개 있고 사모펀드운용사 등 투자업계에도 상당한 인맥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조 부회장이 앞으로 우군을 확보해 지분 매입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이런 점들이 아버지에게 찍혔을까?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모를 일이다.

형과 누나들은 동생이 나이든 아버지를 어떻게 움직여서 지분을 팔게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의 경우 보통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언론플레이를 많이 하는데, 이 집안에서는 그런 것도 아직 별로 없다.

조양래 회장-조현범 부회장-조현준 사장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재판의 결과 주목...28일 합병결의 주총, 그리고 3월 정기주총 결과도 변수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조 이사장측 대리인은 ‘승계 과정이 투명해야 하는데, 절차나 시기적으로 밀실에서 결정돼 갑자기 주식거래가 이뤄진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가족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되고 결정됐어야 한다’며 절차상의 문제를 강조했다. 대리인은 경영권이나 재산권에 관심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조 부회장은 사건 초기 자신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원을 통해 “(부친인) 회장님의 최근 결정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 심판 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버지가 주변 누구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입력받아 이런 결정을 했다고 본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란 자신에 대한 개인적 모함이나 경영상 문제에 대한 모함 같은 것일게다. 그러나 조 이사장이나 조 부회장은 그 이후 일체의 외부 발언이나 행동이 없다.

10.8% 지분을 가진 차녀 조희원씨는 재산분할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조희원씨는 조 회장과 조 사장에게 본인 명의 계좌의 출금내역에 대해 설명하라는 내용증명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들이 조 사장과 대결구도를 본격 형성하더라도 조 사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쉽지 않다. 조 부회장(19.32%)과 조희원씨(10.82%), 조 이사장(0.83%)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로, 조 사장과 12%포인트 가량 차이가 벌어진다. 국민연금(5.21%)과 소액주주(17.57%)의 표심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다만 성년후견 재판에 따라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번복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그룹은 도화선이 언제 어디서 다시 당겨지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물밑 암투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당장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재판의 결과가 우선 주목디는 가운데 28일의 합병결의를 위한 한아비 주총, 그리고 3월 정기주총 등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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