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당 대표의 소속 의원 성 추행.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이다. 그것도 정의를 부르짖는 정의당에서 일어났다. 김종철 대표가 같은 당 장혜영 의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해제 되고, 대표직도 물러났다. 나는 장 의원의 신고를 더 높이 산다. 그냥 아무런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덮었더라면 영원히 묻힐 뻔 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성추행 또는 성폭력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당할지 모른다. 장 의원의 말처럼 그토록 신뢰했던 김종철 대표가 성추행을 하리라곤 생각조차 했겠는가. 장 의원도 꿈만 같았을 것 같다. 용기를 내 신고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내가 아는 성추행범은 비슷한 유형을 갖고 있다. 대부분 상습범이다.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의식이 별로 없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할까.
김 대표와 장 의원은 지난 15일 여의도 모 처에서 당무상 면담을 위해 만났다고 한다. 이후 식사를 마치고 차량을 기다리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 전 대표의 음주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추행은 보통 둘이 있을 때 일어난다. 보는 사람이 없는 만큼 당사자가 알리지 않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럴 게다. 그러나 진실은 덮혀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부 부대표는 25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툼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성추행 사건”이라며 “가해자인 김종철 전 대표 또한 모든 사실을 인정했으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추가조사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젠더인권본부장으로 피해자의 요청을 받은 지난 18일부터 일주일간 사건을 비공개로 조사했으며 오늘 열린 대표단 회의에 보고했다”면서 “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이라는 심각성에 비춰 무겁고 엄중한 논의를 진행했고 신속하게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가해자인 김 대표도 그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용서받지 못할 성추행 가해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었는데 신뢰를 배반하고 배신으로 갚았다. 정의당과 당원, 국민 여러분께도 씻지 못할 충격을 드렸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종철은 22년간 진보 외길을 걸어왔던 터라 더욱 충격이 크다.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 이른바 진보 진영에 속하는 인사들이다. 그런데 성추행 등과 관련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구속되기도 했다. 김종철까지 여기에 가세한 형국이 됐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정의당을 해체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정의당의 정의는 가식에 다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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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