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 대박...좋은 정책은 홍보가 필요 없다
‘신용카드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 대박...좋은 정책은 홍보가 필요 없다
  • 권의종
  • 승인 2021.01.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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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이 전부’, 한 주(週)에 800억 벌어주는 서비스 뜬 셈...작은 제도 하나가 금융소비자에게 큰 감동 선사
대놓고 자랑할 일은 못 돼...성과 홍보에 열 올리는 금융위, 사실은 국민 앞에 죄송해하고 사과를 해야 할 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금융위원회가 신년 벽두부터 크게 한 건 했다. 여러 카드사에 흩어져 있던 신용카드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대박이다. 1월 5일 서비스가 시행되고 나서 1주일 만에 현금화된 카드 포인트가 778억 원에 이르렀다. 서비스 신청 건수가 무려 681만 건이나 되었다. 하루평균 82만 건 조회, 91만 건 신청, 103억 원이 현금화된 셈이다.

카드 사용자는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앱이나 여신금융협회의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이체 앱과 홈페이지에서 포인트를 일괄 조회할 수 있다. 그리고서 자신의 계좌로 한 번에 이체 출금할 수 있다. 지금까지도 포인트 통합조회는 가능했다. 현금화를 위해서는 카드사별로 따로 신청해야 했다. 이제는 여러 카드사에 남아있던 자투리 포인트를 손쉽게 찾을 수 있어 포인트를 찾는 수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 포인트란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의 이용 금액 등에 따라 신용카드 회원에게 적립하여 재화 또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제상의 이익(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 제5의 4호)을 뜻한다. 포인트 종류는 2가지다. 현금화 및 재화·용역 구매가 가능한 대표 포인트와, 재화·용역의 구매에만 활용이 가능한 제휴 포인트다.

포인트 활용은 신용카드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정하는 바에 따른다. 카드사가 제휴한 가맹점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거나(대표 포인트+제휴 포인트), 계좌이체 등을 통해 1원부터 현금화(대표 포인트)가 가능하다. 다만, 제휴 포인트는 현금과 1:1 교환이 안 된다. 각 카드사의 앱 등에서 대표 포인트로 전환해야 한다. 가령 현대카드 M포인트는 H코인으로 전환한 후에 현금화가 가능하다.

2조4천억 원 카드 포인트...잔액 쌓이는 데 활용 어려운 점에 착안한 금융위 아이디어 참신

부수 효과를 거두는 소득도 있었다. 카드 포인트가 현금화되는 과정에서 자투리 예금이 함께 발견되었다. 현금화 서비스가 시행되고 나서 1주일 동안 어카운트인포 앱을 통한 장기 미사용·휴면계좌 예치금에 대한 현금화 신청이 19만6천 건이나 되었다. 그 결과 25억천만 원의 예금이 주인을 찾아갔다. 하루평균 3억5천8백만 원의 잠자던 돈이 깨어난 것이다. 이는 통상 하루평균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각각 1억1천만 장이나 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의해 적립되는 포인트는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2019년만 해도 약 3조4천억 원의 포인트가 쌓였다. 그중에서 천170억 원가량이 소멸하고, 2조4천억 원 정도가 잔액으로 남았다. 포인트 소멸률은 2017년 4.5%, 2018년 3.7%, 2019년 3.3%로 계속 줄고 있으나, 분산된 포인트를 일일이 현금화하기가 어려워 이번 서비스를 창안했다는 게 금융위의 배경 설명이다.

사실이 그렇다. 포인트는 카드 이용 금액에 비례해 계속 쌓이는 데 사용은 원활치 못하다. 물품 구매나 용역 이용 등에 활용되는 외에는 이용이 마땅치 않다. 제휴 가맹점 등 한정된 사용처를 제외하면 활용이 제한적이다. 포인트를 현금화하려 해도 각 카드사를 통해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멸시효 5년을 넘겨 카드사 수익으로 넘어가는 포인트가 생각보다 많은 이유다. 2018년 1,175억 원, 2019년 1,171억 원의 포인트가 소멸했다.

시사하는 바 적지 않다. 좋은 정책은 홍보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말 안 해도 국민이 더 잘 알아차린다.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가 시행되자마자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고, 입소문과 SNS 등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초반에는 자신의 포인트를 확인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관련 앱이 다운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수많은 인파로 한동안 북새통을 이뤄야 했다.

좋은 정책은 홍보 불필요, 국민이 먼저 알아...애당초 온전한 제도 만들어 운영하는 게 정답

그렇다고 대놓고 자랑할 일은 못 된다.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서 일주일 만에 성과 홍보에 열 올리는 금융위의 모습이 좋게만 보이지 않는다. 어찌 보면 국민 앞에 죄송해하고 사과를 해야 할 일이다. 오히려 이런 서비스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게 맞았다. 애당초 카드 포인트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간편하게 현금화할 수 있었더라면 굳이 이런 서비스는 필요치 않았을 것이다.

문제를 방치하다 추후 바로 잡은 걸 성과로 내세우다니. 왠지 어색하고 염치없어 보인다.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닌성싶다. 어찌 보면 ‘병 주고 약 주는’ 격으로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지금부터라도 잘하면 된다. 차제에 정책 일신(一新)의 실마리가 된다면 더없는 전화위복이다. 금융당국은 각 카드사가 포인트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활용도와 현금화를 원활히 하도록 지도·감독에 힘써야 할 것이다.

어쨌든 작은 서비스 하나가 큰 감동을 주었다. 정책은 그렇게 해야 한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두는 경제원리가 늘 작동되어야 한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이라고 꼭 좋은 정책은 아니다. 별돈 안 들이고도 잘할 수 있는 일거리가 찾아보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번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도 자기 돈 자기가 찾아갔는데도 공돈 생긴 것처럼 다들 흐뭇해하지 않는가.

대만의 코로나 방역의 주역인 40세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이 문득 머리에 떠오른다. 그녀는 수요일 오후마다 자신의 집무실을 개방한다. 누구든 찾아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하고 내용을 인터넷에 공개한다. 국민의 생각을 귀담아듣고 혹시 모를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기 위해서다. 우리라고 다를까. 거창하게 떠벌리는 정책보다 자상한 서비스가 살갑게 와닿고 효과도 크다. 디테일이 전부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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