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매출액 3억에서 2018년 77억으로 폭증...지주사 지분 매입 재원 돼 경영권 승계 발판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중견 화학 그룹 KPX 계열사가 총수 장남 회사에 독점 사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얻은 수익으로 KPX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선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무형자산 중 영업권 부당 지원 행위를 최초로 시정한 사례로 관심을 모은다.
공정위는 "KPX 계열사 진양산업이 양규모 KPX홀딩스 회장의 장남 양준영 KPX홀딩스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CK엔터프라이즈에 '폴리우레탄 폼(스펀지) 원료의 베트남 수출 영업권을 무상으로 제공한 행위'에 시정 명령과 과징금 한도치인 총 16억35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영업권은 KPX 현지 법인에 연간 수십억원어치의 원료를 독점적으로 납품할 수 있는 권한으로, 이 부당 지원 행위로 인해 CK엔터프라이즈는 아무런 노력과 인적·물적 기반 없이 시장에 신규로 진입해 독점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누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진양산업은 비나폼에 수출하던 자재 중 폴리프로필렌글리콜(PPG)의 수출 영업권을 지난 2012년 4월~2015년 8월 CK엔터프라이즈에 무상으로 양도했다. 공정위는 PPG 수출 영업권의 가치를 36억7700만원으로 평가했다.
PPG 수출 영업권 이관으로 CK엔터프라이즈는 급성장, 매출액이 2011년 3억2700만원에서 PPG 수출 사업을 시작한 이듬해 43억7400만원으로 13배 이상 뛰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PPG 수출 매출액은 40억4300만에서 67억9500만원으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진양산업의 PPG 수출 영업권 무상 이관이라는 부당 지원 행위가 공정 거래 저해성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CK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 현지 한국 신발 제조사에 납품되는 PPG 수출 시장에 무혈 입성해 독점 사업자가 된 반면 수출업을 영위하는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됐다는 것이다.
PPG 등 원료 수출 사업은 가공 절차 없이 생산업체 공장에서 베트남 현지로 바로 이동되므로 별도의 시설이 필요하지 않으며 수출업 특성상 진입 장벽도 낮은 상황이다.
특히 부당 지원받은 PPG 수출 영업권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한 CK엔터프라이즈는 이 수익으로 지주사인 KPX홀딩스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PPG 수출 영업권이 양준영 부회장의 KPX 경영권 승계 발판에 이용된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처는 SPC·창신에 이어 법 위반 감시의 범위를 중견 기업 집단으로까지 넓혀 건전한 경쟁 질서 확립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중견 기업 집단의 부당 지원 행위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