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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애재라!...정인이 사태, 어른들이 잘못 했다
오호 애재라!...정인이 사태, 어른들이 잘못 했다
  • 오풍연
  • 승인 2021.01.0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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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16개월 정인이 사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이것 또한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죽은 다음에 요란을 떨고 있으니 말이다. 정인이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엄청난 고통 속에 갔다. 16개월짜리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있었겠는가. 사망 당시 상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어른들이 그랬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정인이 사태를 언급했다.

8개월된 정인이는 2019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양부모 밑에서 고작 8개월을 살았던 셈이다. 그런데 그 기간은 말도 못 하는 정인이에게 지옥과 다름 없었다. 지난해 10월 13일 사망 당시 상태를 본다. 대장 파열 췌장 절단 등 직접적 외력에 의한 장기손상이 사망 원인이었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학대는 그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인이를 보았던 소아과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정말로 치가 떨린다. 소아과 의사 A씨는 "(작년)5월 어린이집 선생님이 1차 아동학대 신고를 하셨을 때 허벅지 안쪽에 멍 자국, 6월 정인이 아빠가 아이를 데리고 왔을 때 왼쪽 쇄골 부위가 부어 있었고, 7월 쯤 예방접종하러 엄마가 데리고 왔을 때 구강 내에 어떻게 설명하기 힘든 깊고 큰 상처가 있었다"면서 "9월 23일 정인이 모습을 보니까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심각한 아동학대구나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신고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증언은 더 가슴을 아프게 한다. "(어린이집)원장님 품에 축 늘어져서 안겨 있었는데 오랫동안 아이들을 많이 봐 온 경험을 비춰봤을 때 뭐라고 얘기해야 되나, 하여튼 어른들로 치면 자포자기랄까 아이한테 그런 얘기를 써도 될 지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고 털어놓았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당시 상황을 알 만 하다.

정인이는 살릴 수도 있었다. 그동안 세 차례나 아동 학대 신고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다시 양부모에게 돌려보냈다니 일정 부분 죽음을 방조했다고 할 수 있다. 경찰에게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어린이어서 경찰의 책임을 마냥 묻는 것도 그렇다. 조사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동 사건이기도 하다.

법 만능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따뜻해져야 한다. 정인이 사태를 보면서 또 한 번 느끼는 바다. 아이를 입양했으면 정성껏 키워야 한다. 양부모의 책임이 가장 큼은 말할 것도 없다. 처벌을 강화한다고 아동 학대가 없어지지 않는다.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왠지 공허하게 들린다. 나만 그럴까.

문 대통령도 지난 4일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뒤 "입양 아동을 사후에 관리하는 데 만전을 기해 달라"면서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입양의 전 절차에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 되어야 한다(입양특례법 4조)'는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어른은 아동을 잘 보살필 의무가 있다. 정인이 사태를 계기로 거듭 되돌아 보자.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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