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규모가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회사 소유의 민간 선박을 억류한 배경으로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이 거론되면서 자금 규모와 동결 배경에 관심이 모아졌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지준금)이 지난해 9월 현재 3조4373억원이다. 초과 지준금은 한은에 예치된 특정 비율의 은행 지준금 중 그 비율을 넘어선 무이자 자금을 말하는데, 이 자금의 90% 이상이 이란 상업은행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국과 이란 간 무역에서 발생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약 3조935억원가량이 이란 몫인 셈이다.
이와 별도로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수십억 달러가 동결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은행들은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고 있다.
기업·우리은행에 이란중앙은행 명의로 마련된 원화 계좌는 모두 미국의 제재로 이란과의 교역이 제한되던 2010년에 개설된 것이다.
당시 이란산 원유 수입과 국내 수출업체의 대 이란 수출 지원을 위해 정부가 이들 두 은행에 협조를 구해 '원화경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게 은행들 측 설명이다. 이후 한국과 이란은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 이란과 직접 외화를 거래하지 않으면서 물품 교역을 할 수 있는 상계 방식의 원화 결제 계좌를 운용해 왔다.
그러다 미국 정부가 2018년 핵 합의를 탈퇴하고 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란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림으로써 이 계좌를 통한 거래가 중단됐다.
이에 한국에 동결된 이란 자금은 한은 초과 지준금 중 이란 멜라트은행 몫과 기업·우리은행에 동결된 이란중앙은행 자금을 합해 최소 7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이란 정부도 한국이 원유 수출 대금 70억 달러(약 7조5700억원)를 주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4일(현지시간) 이란·한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 동결된 이란산 85억 달러 규모 이란산 석유 구매자금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등 물품과 '교환(barter)'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에 전해 정확한 자금 규모가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이 동결 자금을 해제하라고 그간 한국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 왔는데 이번 한국 선박 나포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