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측 "삼성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과 실효성 양형에 반영해야"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구형 받았다.
앞서 특검은 지난 1심과 항소심서 12년을 구형했으나 이번 파기환송심에서는 이보다 낮은 9년을 구형했다. 이에 내년 1월로 선고에서 형량이 2심보다 대폭 낮아질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형량이 12년에서 9년으로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대법 선고에서 재산국외도피죄가 무죄로 최종 확정된 데다 미르와 K스포츠 출연금 213억도 뇌물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특검이 구형량을 조정했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8만1000원으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특검은 30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가 심리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함께 기소된 최지성(67)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64) 전 차장(사장), 박상진(65) 전 사장에게 징역 7년을, 황성수(56) 전 전무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특검은 "피고인들에 대해 집행유예가 선고되면 헌법의 평등 원리와 법원조직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정농단 주범들은 모두 중형이 선고됐고, 본건은 국정농단 재판의 대미를 장식할 화룡정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준법감시제도와 같은 총수 의지에 달려있는 제도를 이유로 법치주의적 통제를 포기하거나 양보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 뇌물은 대법원 판결로 명시된 사실이라 양형 요소로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최후진술에서 "치열함이 삼성의 DNA여서 앞만 보고 달렸다. 돌이켜보면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다"며 "삼성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 국민 신뢰를 간과했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장께서 재벌의 해체로 지적한 부분을 과감하게 바꾸겠다"며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 국민에게 큰 빚을 졌다. 꼭 되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최순실)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보고 징역 5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에서 다시 일부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심에서 무죄라고 본 일부 금액도 유죄로 봐야 한다며 판결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을 이어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공판을 열고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특검이 반발하며 재판부 변경을 요청했으나 지난 9월 대법원이 특검의 기피신청을 기각하며 올해 10월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됐다.
재개된 파기환송심에서 전문심리위원단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해 "매우 긍정적",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반면 홍순탁 회계사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 이를 양형조건으로 고려할지 여부와 어느 정도로 고려할지 등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심 공판 이후 선고까지는 통상 한 달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므로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도 내년 1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