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지난해 대기업의 상표권 사용료가 1조4000억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총수 있는 집단의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 비율이 월등히 높아 상표권 사용료가 재벌의 사익편취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나온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19년 상표권 사용 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를 낸 집단은 42곳으로 금액이 1조4189억원에 달했다. 기업집단은 전년(37곳)보다 5곳 늘었으며 금액은 전년(1조3184억원) 대비 1005억원 증가했다. 연간 상표권 사용료는 2017년 1조1531억원 이후로 3년째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같은 해 연간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가장 큰 기업 집단은 SK로 상표권 사용료가 2705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 내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사 수도 61개로 가장 많았다. 상표권 사용료 규모에서 2위를 차지한 LG는 상표권 사용료가 2673억원에 달했으며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는 계열사는 13곳이었다.
한화(1475억원)·롯데(1024억원) 등 2곳은 연간 상표권 사용료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효성 498억원, 현대자동차 448억원, 두산 337억원, 한진 289억원, 코오롱 271억원, 한라 263억원, LS 242억원, DB 202억원, 현대중공업 167억원, 삼성 145억원, 금호아시아나 143억원, HDC 113억원, 동원 109억원, 삼양 104억원, 미래에셋 10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표권 사용료는 나머지 22곳이 상표권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거액인지 알 수 있다. 19곳은 상표권 무상 사용에 관한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었다.
총수 있는 집단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상표권 유상 사용 비율,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총수 있는 집단의 상표권 유상 사용 비율은 70.9%, 총수 없는 집단은 33.3%이다. 총수 있는 집단의 매출액 대비 상표권 사용료 수입액 비율은 평균 0.28%로 총수 없는 집단(0.02%)보다 14배나 높았다.
특히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36곳의 매출액 대비 거둬들이는 사용료가 1.32%로, 총수 일가 지분 20% 미만인 회사의 0.05%, 총수 없는 집단의 수취 회사 0.02%보다 훨씬 높았다.
2019년 사용료를 낸 집단 42곳 중 39곳은 기존 매출액을 바탕으로 상표권 사용료율을 매겼는데 한국타이어(0.75%), 삼성·삼양(0.5%), CJ(0.4%) 순으로 높았다. KT·에쓰-오일(S-Oil)·IMM인베스트먼트는 정액 수취 등 다른 방법으로 사용료를 받았다. 법 상의 규정이 없어 사용료 기준이 대기업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지난 9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 같은 규모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개정 공정위법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총수일가 지분 상장사 30% 이상, 비상장사 20% 이상에서 상장· 비상장 구분없이 20% 이상으로 일원화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총수 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이면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해당한다"며 "부당한 상표권 내부거래의 예방효과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