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가 금단의 열매, '선악과’라도 된단 말인가
임대료가 금단의 열매, '선악과’라도 된단 말인가
  • 권의종
  • 승인 2020.12.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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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 규제하려는 성급한 법 제정은 신중해야... 법은 하다 하다 안 될 때 쓰는 마지막 수단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누가 대한민국이 대통령 중심제 국가 아니랄까 봐 꼭 대통령이 한마디 해야 움직인다. 최근 불거진 임대료 문제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임대료 공정론’을 꺼냈다. “정부의 방역 지침을 따르는 자영업자들이 매출 급감에 임대료 부담까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이냐는 물음이 매우 뼈 아프다”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치권이 돌연 분주하다. 호떡집에 불난 듯 부산을 떤다. 여당 대표는 “코로나 이후 소득은 급감했으나 임대료는 그대로”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 임대료에 관한 법적 보호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라며 즉각 화답했다. 같은 당 의원들은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을 서둘러 발의했다. 감염병으로 집합 금지 업종에는 아예 임대료를 면제하고, 집합 제한 업종에는 임대료의 50%를 깎는 내용을 담았다.
 
임대인은 당연히 불만이다.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출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 사정을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으로 치환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임대료를 이용해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기는 법이라는 비난이다. 건물주를 '불공정'의 진원지로 몰며 계층 갈등을 부추기려 한다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피해갈 길이 마땅찮다. 임차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월세를 줄이거나, 반전세로 돌릴 수 있으나 실행이 어렵다.

그러잖아도 임대수익률이 내리막이다. 코로나 팬데믹에다 경기침체로 상권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올해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업태 조사가 심각성을 대변한다. 집합 상가, 중대형 상가, 소규모 상가의 투자수익률이 각각 1.15%, 1.14%, 1.08%에 불과하다. 은행 이자 내기도 버거운 수준이다. 공실률 또한 심각하다. 올해 3분기 서울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5%로 2분기 7.9%보다 껑충 뛰었다.

대통령이 ‘임대료 공정론’ 꺼내자 정치권 부산...‘임대료 멈춤법’, ‘반값 임대료법’ 발의 러시

전문가의 우려도 크다. 임대료 책정은 임차인과 임대인이 체결하는 사적 영역으로 정부가 나설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임대료까지 관여하면 형평성 문제와 함께 시장 질서의 붕괴를 우려한다. 공공기관이나 여유 있는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하고 면제할 수는 있다. 생계형 임대인에게까지 공정론을 들이대며 임대료 감면을 강요하는 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주장이다. 재산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임대료 문제가 엄중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대면 거래가 많은 자영업 매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임대료 등 비용부담이 커져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 가구, 즉 가구주가 자영업자인 가계 243만7,000곳 중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구는 내년 말 10.4%, 약 25만3,400가구로 나타났다. 내년에 폐업 위기에 내몰리는 자영업 가구도 5만 곳에 이를 전망이다.

대통령의 언급이 없었어도 ‘임대료 공정성’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임이 틀림없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의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임대료 갈등이 두드러지면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태이다. 다만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 방법을 찾기 힘든 현실에서 임대료 문제가 성급히 공론화되면서 상황이 한층 더 혼란스러워졌다.

임대료 공정론에는 허점이 적잖다. 세입자 보호의 선의를 내세우나, 임대인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한다. 임대인도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임대료 멈춤법’ ‘반값 임대료법’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든다. 임대료 인하는 권장할 수는 있어도 법으로 강제할 사안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한다. 또 임대료 시장을 선악으로 양분, 인하는 선(善), 유지는 악(惡)이라는 이분법적 재단의 무리수를 둔다.

법 제정보다 정부 지원이 우선적인 해법...방역 구실로 영업활동을 막은 건 다름 아닌 정부

임대차 계약시장 왜곡에 따른 임대료 상승의 부작용도 경계의 대상이다. 정부의 힘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떠밀려 일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도 효과가 지속되기 힘들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면 임대인이 그간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언제 다시 임대료를 올릴지 모른다.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거나 절반으로 감액될 걸 대비해 미리 임대료를 높여 받을 공산도 있다.

‘착한 임대인 운동’은 근본 해법이 못 된다. 언제까지 임대인의 자비심에 호소할 순 없는 노릇이다. 오뉴월 모닥불 쬐다 말면 섭섭하다고, 언젠가 임대료 인하 혜택이 끝나고 나면 관계가 나빠지게 마련이다. 임대료를 낮춰주면 인하액의 절반을 임대인의 소득·법인세에서 빼주는 현행 수준으로는 유인이 약하다. 장기저리 정책금융, 추가적인 세제 혜택 등이 고려될 만하다.

자영업 임차인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방역을 구실로 영업을 제한한 게 누구였나. 다름 아닌 정부였다. 장사를 못 하게 막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지, 임대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건 이치에 안 맞는다.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기에 앞서 정부 지원을 늘리는 게 순서다. 다행히 정부가 내년에 지급할 3차 코로나 재난지원금에 ‘자영업자 임대료 지원’을 포함할 계획이다. 소액의 일회성 지원에 불과하나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다.

모든 제도나 정책이 그렇듯 임대료 문제는 이해당사자는 물론 전문가 의견, 여론 수렴 등을 꼭 거쳐야 한다. 정책의 입안자나 결정자가 제반 상황을 다 알아서 대응하기 어렵다. 더구나 법 제정은 깊이 생각하여 의논을 거듭해야 한다. 성급한 법제화 시도는 혼란과 갈등을 자초할 수 있다. 툭하면 법부터 만들려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법은 만능이 아니다. 하다 하다 안 될 때 쓰는 마지막 수단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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