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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의 ‘희생양’, 자영업... 관심두기로 ‘회생양’ 만들자
거리두기의 ‘희생양’, 자영업... 관심두기로 ‘회생양’ 만들자
  • 권의종
  • 승인 2020.12.1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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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이 그나마 살아있을 때 돕는 게 방책... 도산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보다 싸고 효율적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자영업자는 흔들리며 산다. 어려운 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코로나19와 경기침체 지속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다. 느끼는 위기감과 상실감이 갈수록 크고 깊어간다. 겨우 잠자리에 든다 해도 숙면은 어렵다. 새벽녘에 혼자 깨어 온갖 상념에 빠진다.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미국 영국 등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에 전 세계 주가가 요동치고, 국내 부동산 가격 폭등 소식은 듣자니 속만 쓰리다. 이중의 박탈감에 두 번 울게 된다.

상당수 점포가 휴업 중이거나 가게를 내놓은 상태다. 괜찮아지겠거니 스스로 위로하며 버텨왔으나 한계점에 달했다. 가게 문을 열어봐야 현상 유지는커녕 적자만 쌓여간다. 부동산114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가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이 이를 수치로 증명한다. 2·4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37만 321개로, 1분기 39만1,499개와 비교해 5.4% 줄었다.

서울 명동거리에 인적이 끊겼다. 대학생 손님이 넘쳤던 신촌 상권이 초토화되었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역과 나들이객이 몰리던 가로수길도 공실이 넘쳐난다. 매출이 곤두박질치는 와중에 대출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3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비법인기업, 이른바 자영업자 대출은 올 3분기 말 387조9,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로 집계되었다. 지난 2분기 말보다 9조1,000억 원 증가했다. 빚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생존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배달 비중을 늘려 손실을 줄여보려 하나 생각대로 안 된다. 라이더가 부족해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해 내지 못하고, 늘어나는 배달 수수료에 부담만 커진다. 폐업도 쉽지 않다. 밀린 월세로 보증금을 까먹고, 후속 세입자를 못 구해 권리금 건지기도 어렵다. 카드 결제 단말기 위약금과 인테리어 원상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움직이면 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절대적 빈곤감, 상대적 박탈감에 ‘두 번 우는’ 자영업...고난의 현실, 위기 돌파의 계기 돼야

폐업 후가 더 문제다. 먹고살 길이 막막하다. 실직자 증가로 일용직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업종을 바꾸려 해도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다. 기존 대출 때문에 추가 대출은 꿈도 못 꾼다. 물고기가 물을 떠나 살 수 없듯, 청춘을 불사른 사업을 외면한 채 살아갈 자신도 솔직히 없다. 영업 환경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코로나 하루 신규확진자가 1.000명 선에 육박한다. 방역 단계 상승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죽는 건 자영업이다. 속절없는 희생양이 되고 있다.

정부는 때아닌 ‘백서 타령’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 백서’를 만든다는 보도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 내용을 국민에게 알리겠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시기가 안 좋다. 자영업이 줄폐업하는 판이다. 정치권의 행태도 꼴사납다. 3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자영업 선별지원’과 ‘전 국민 지급’으로 아귀다툼이다. 어차피 해결책도 못 될 일을 두고 벌이는 언쟁이 부질없다. 상복을 몇 년 입느냐를 두고 조선 당쟁의 절정을 이뤘던 예송논쟁을 연상케 한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많기도 하다. 2020년 6월 말 기준 65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4.6%를 점한다. 미국(6.3%), 일본(10.3%), 유럽(15.3%) 등에 비해 월등하다. 그마저도 취약 업종에 쏠려 있다. 도소매업이 28.9%로 가장 많고, 숙박·음식업이 24.5%로 그 뒤를 잇는다. 고용원 없는 영세사업자도 419만 명으로 전체 자영업자의 63%나 된다. 그것도 코로나 발생 후 10.3% 늘었다. 척박한 시장에서 수많은 사업자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게 실로 안쓰럽다.

손 놓고 있을 수 없다. 경제의 모세혈관인 자영업이 살아야 인체인 나라가 산다. 방법론이 요체다.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게 나을 터. 지원금 얼마를 손에 쥐여주는 것보다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방책일 수 있다. 사업성을 따져 옥석을 가리는 두 트랙(two track) 방식이 적절하다. 도와주면 살아날 곳은 ‘회생’, 그렇지 못한 곳은 ‘정리’로 정책 지원의 가닥을 잡는 게 맞다.

도와주면 살아날 곳은 ‘회생’, 그렇지 못할 곳은 ‘정리’...투 트랙으로 정책 지원 가닥 잡아야

회생 가능한 자영업자는 정부가 경영개선을 위해 여러모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업종과 지역, 고객의 특성 등을 고려한 경영 교육, 컨설팅, 법률지원 서비스 등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 아울러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공동기반시설 구축, 판매 촉진, 상품·기술 가치 향상, 불공정피해 상담, 결제 시스템 지원 등을 든든히 후원해야 한다.

경쟁력이 없다고 버릴 순 없다. 재기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 폐업과 전업, 그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근로 의사가 있는 폐업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취업교육과 일자리를 알선해야 한다. 재창업 의사를 가진 사업자에게는 유망업종으로 전환을 돕는 멘토링 서비스가 긴요하다. 폐업 등 재난에 대비한 공제사업 등 사회안전망 확충도 신경 써야 한다. 창업과 성장을 촉진하는 금융지원 역시 필수적이다.

필요 조치는 이 말고 또 있다. 코로나19 관련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애초 지난 9월까지였던 만기일이 내년 3월까지 한 차례 연장되었으나, 시한을 더 늘려야 한다. 폐업할 때 대출과 신용보증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기한의 이익 상실도 일정 기간 유예함이 마땅하다. 그게 안 되면 폐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퇴로가 막히고 만다.

예방만한 치료가 없다. 자영업이 그나마 살아 활동할 때 도와주는 것이 도산에 따른 경제적·사회적 비용에 비해 값싸고 효율적이다. 싸고 좋은데 안 할 이유가 없고, 실제로 안 해서도 안 된다. 주제넘은 얘기 같지만,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 자영업자도 이왕 사업의 길로 접어든 이상 정면으로 맞닥뜨려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사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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