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의결권 72% 행사…지분 94%는 찬성표에 쓰여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최근 1년(2019년 5월∼2020년 5월) 대기업집단 20곳의 총수가 계열사 이사직을 전혀 맡지 않았고, 이사회는 전체 안건의 99.5%를 원안대로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가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는 등기이사 맡기를 여전히 꺼려하고 이사회는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공개한 '2020년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51곳의 소속회사 1905개사 가운데 총수일가가 한 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16.4%(313개)에 불과했다.
이들 대기업집단 가운데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집단은 삼성,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 CJ, 대림, 미래에셋, 금호아시아나, 효성, 코오롱, 이랜드, DB, 네이버, 한국타이어, 태광, 동원, 삼천리, 동국제강, 하이트진로, 유진 등 20개였다. 이 가운데 절반은 총수를 포함해 2·3세조차 단 한 곳의 계열사에서도 이사를 맡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대기업집단의 주력회사(자산 규모 2조 원 이상 상장사)나 지주회사의 경우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는 비율이 높았다. 주력회사의 39.8%, 지주회사의 80.8%,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54.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올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는 전체 이사회의 50.9% 차지…내부거래 안건 696건 중 1건만 제외하고 원안대로 가결
총수일가의 지분이 많은 주력회사, 지주회사에의 이사 등재 비율인 높은 것은 책임성을 강화하는 데 긍정적이나 이사회가 지배주주를 견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58개 기업집단 소속 266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864명으로 전체 이사의 50.9%를 차지했으며 이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에 이르지만, 최근 1년 사이 전체 이사회 안건 중 사외이사 반대 등으로 인해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은 0.49%에 불과했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 가운데 99.51%는 원안대로 가결됐는데 특히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안건 692건 중 1건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그쳐 내부 감시 기능이 작동되지 않고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266개 상장사는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을 두고 있었는데, 이들 위원회 역시 1년간 상정된 안건(2169건) 중 1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원안대로 처리했다.
이사회 내 위원회의 원안 가결률은 총수 없는 집단(97.1%)보다 총수 있는 집단(99.6%)에서 더 높았고, 수의계약으로 맺은 내부거래 안건 중 수의계약 사유를 기재하지 않은 안건이 78%에 육박하기도 했다.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58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19개 기업집단의 35개 회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내부 감시라는 본연의 임무를 해칠 우려가 있는, 계열사 퇴직임원 출신 42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기관투자자, 의결권 72% 행사…지분 94%는 찬성 쪽에 쓰여
조사 대상 기간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257개사의 주주총회에 참여,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행사 의결권 비율은 72.2%였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 도입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가 활성화하는 추세였으나, 최근 의결권 행사 비율이 다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기관은 의결권을 행사한 지분 가운데 94.1%는 찬성 쪽으로, 5.9%는 반대쪽으로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주주의 권리 행사를 돕는 장치인 전자투표제를 도입·실행한 사례는 늘어 266개 상장사 중 49.6%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해, 의결권이 행사된 경우는 48.1%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