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투자 빌라로 확산, 임대차법으로 전세금 갈등 더 커질 듯”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국내 전세시장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 추정치는 500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전세 계약이 끝난 뒤에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돌려받지 못한 전세보증금이 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최근 비정상적인 아파트 매매 급등과 전셋값 폭등이 이어지는 것은 정부가 집값 거품의 주범으로 ‘갭투자’(전세 세입자가 사는 집을 매매가-전세가 차액만 내고 매입)를 지목하며 주담대를 막은 결과다.
1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세입자가 임대인에게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발생한 보증사고는 2032건, 사고 금액은 3967억원이다.
종전 최고인 지난해(1630건, 3442억원)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은 집주인이 임차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대신 보증금을 지급(대위변제)해주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해 집주인에게 청구하는 상품이다.
공공기관인 HUG와 민간기관인 SGI 두 곳만이 반환보증을 취급한다. HUG와 SGI가 집주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주고, 차후 집주인에게 구상권 등을 청구해 회수한다.
보증사고 규모는 매년 늘어 2016년 34억원에서 2017년 74억원, 2019년 3442억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올해는 아직 두 달 남은 시점에서 4000억원에 육박한 것이다.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 가구수와 규모 또한 급증하고 있다. HUG의 전세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실적은 지난해 1364건, 2836억원에서 올해 1878건 3680억원에 육박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의 급등은 정부의 대출 옥죄기가 본격 시행되기 전 시행한 갭투자 영향으로 보인다.
정부규제와 세 부담 상승 등으로 자금위기에 직면하자 세입자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었다.
HUG 관계자는 "보험 가입 실적이 매년 증가하면서 그에 따라 보증사고, 대위변제 금액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세집값 상승이 전반적으로 늘면서 아파트를 넘어 빌라 등으로 무분별한 갭투자 확산도 보증사고가 느는 걸 견인했다.
이에 더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수요와 대위변제 금액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갈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빌라 등 무분별한 갭투자로 인해 매매시장이 위축될 경우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사고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