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올해 5만원권 환수율이 25.4%로 2009년 첫 발행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면 상거래 제약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30일 한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5만원권은 21조9000억원이 발행됐으나 환수액은 5조6000억원에 그쳤다. 환수율은 25.4%로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 불안기인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액권인 만원권의 환수율은 107.1%로 전년대비 6.5%포인트 상승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95.1%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통상 금융 불안기에는 경기위축 등의 영향으로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감소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에는 5만원권 발행액은 늘어난 반면 환수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환수율이 급락해 과거 금융 불안기와 대비된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올해 환수율 저조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특성상 대면 상거래 제약이 발생해 화폐 유통이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 등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대면상거래가 부진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는 3분의 2 이상이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고, 음식·숙박업 등은 매출액 중 현금 취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이다.
한은은 또 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용 수요의 증가도 5만원권 환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안전자산 선호 등 비상용 현금을 보유하려는 수요로 발행액이 늘었다는 것이다. 주로 거래용 목적의 저액권과 달리, 고액권의 경우 현금보유 성향이 높은 탓이다.
한은은 내년 중에도 이 같이 낮은 환수율이 나타난다면 5만원권 수요에 대응해 발주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이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것은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에 예비 수요 확대 등 경제적 충격이 작용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