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지원금보다 실업급여 지원이 중점?...거꾸로 가는 실업대책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실업급여 지원이 중점?...거꾸로 가는 실업대책
  • 권의종
  • 승인 2020.11.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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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만한 치료 없는 법...일자리 보고(寶庫) 중소기업, 지원 늘리기 필요하나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운용이 더 중요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우리나라만큼 건강검진제도가 잘 돼 있는 나라가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부러워했을 정도다. 건강검진기본법에 따라 체계적으로 시행된다. 건강검진에 대한 법률상 정의가 자상하다. 건강 상태 확인과 질병의 예방 및 조기 발견을 목적으로 건강검진 기관을 통한 진찰 및 상담, 이학적 검사, 진단검사, 병리검사, 영상의학 검사 등의 의학적 검진을 뜻한다.

간단히 말해서 사람이 건강한지 아닌 지를 검진하는 일이다. 검진대상자는 증상이 없는 사람이다. 환자가 아닌 일반인이다. 아파서 병원을 찾는 일반 환자와 특성이 다르다. 검진은 전체 질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 시간, 인력의 제한으로 일부 표적 질환에 한정된다.

검진의 주된 목적은 ‘예방’에 있다. 예방은 1차와 2차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1차 예방은 수검자의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의 상태를 검사, 건강 관리가 잘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교육한다. 2차 예방은 수검자가 이미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질병들, 대표적으로 암과 같은 종양성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할 수 있게 한다. 실제로 검진을 통한 질병을 빨리 발견해 치료에 효과를 보는가 하면, 반대로 검진을 소홀히 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용이 저렴하다. 매달 건강보험료만 내면 일반인은 2년에 한 번씩, 공무원 등 일부 직종은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건강검진표가 우편으로 보내온다. 스스로 원할 때 검진을 받으면 된다. 다만 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국가건강검진은 일반인이 많이 걸리는 질병 중심으로 진단이 이루어짐에 따라 세밀한 진단을 받으려면 옵션을 추가하거나 종합검진을 받으면 된다.

사전 예방책인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사후 치유책인 실업급여 지원에 역점...가성비 뚝 떨어져

건강진단에 막대한 재정과 노력을 투입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도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겠다는 계산이다. 건강은 건강한 때 지켜야 한다. 예방 만한 치료가 없다. 발병하고 나면 치료가 쉽지 않을 뿐더러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몸은 몸대로 고생하고 돈은 돈대로 축난다. 재정 면에서도 투입 대비 산출이 적다. 가성비가 떨어진다.

이토록 중요한 예방의 원리는 정책 시행 시 잘 지켜지지 않는다. 고용·노동 분야도 그중 하나다. 실업 대책의 바탕을 이루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실업급여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있다. 같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지만 두 정책의 성격이 판이하다. 실업에 대해 고용유지지원금이 사전 예방책이라면 실업급여는 사후 치유책에 해당한다.

현실은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실업급여 지원에 중점이 두어져 있다. 올들어 실업급여 지급에 쓰인 돈이 같은 기간 고용유지지원금의 5배 수준이다. 1월부터 10월까지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총액이 10조 원에 육박한다. 정확히는 9조9,803억 원으로 작년 지급액 8조870억 원을 이미 훌쩍 넘어섰다. 이런 판국에 정부는 실업급여 지급대상에 특수 고용직까지 포함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역대 최대의 기록경신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들어 고용유지지원금으로 나간 돈은 10월까지 2조 6,470억 원이다. 8만2,123개 사업장이 신청했다. 지난 해에는 1,514개 사업장에 669억 원이 쓰였다. 업체 수 기준으로 54배가 폭증했다. 게다가 10월부터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유급휴직 수당 90%를 지원하는 특례지원이 끊겼다. 기업 부담만 커진 셈이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여행, 항공, 호텔 등의 업계는 벌써 대대적인 감원과 무급 휴직에 돌입했다.

개인에 주는 실업급여보다 기업 통해 개인에 전달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순리에 맞고 효과 커

효과 면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이 실업급여를 능가한다. 실업급여가 일과성이라면 고용유지지원금은 지속적이고 다중적이다. 기업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종업원에게도 유익이 된다.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민경제에 이바지한다. 일석삼조다. 결국 개인에게 직접 주는 실업급여보다 기업을 통해 개인에 전달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늘리는 게 순리에 맞고 효과도 크다.

미국의 관련 정책을 참고할 만하다. 종업원 수 500인 이하 중소기업에 최대 1,000만 달러, 원화로 약 119억 원을 무담보로 빌려주고, 이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면 대출 상환을 면제해주는 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를 운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PPP 자금을 증액하는 한편, 자금의 절반은 50인 이하 소규모 업체에만 대출해 주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힘들어하는 기업을 보면 늘 마음이 짠하다. 중기중앙회가 63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남 얘기 같지 않다. 내년에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0곳 가운데 1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채용할 여력이 없거나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 불만인 점으로 ‘인건비 부담’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러면서 정부 지원 중에서 가장 도움이 된 정책으로 ‘고용유지지원금’을 들었다.

국내 기업체의 99%를 차지하고 일자리의 83%를 제공하는 이땅의 중소기업. 흔히 경제의 뿌리로 비유된다. 뿌리인 기업이 성치 못하면 국민경제라는 거목이 지탱되기 어렵다. 일자리의 보고(寶庫)인 중소기업에 지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나,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정책이 더없이 긴요하다. 바른 순서에 따라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할 일이 없거나 줄어들게 마련이다. 백신이 치료제보다 낫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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