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지난해 별세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등 혐의가 재판을 통해 드러났다. 비록 조 회장은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종결됐지만 조 회장의 횡령·배임에 자금세탁 역할 등을 맡은 한진 계열사 정석기업 원모 대표가 1심 법원에서 중형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오상용)는 이날 한진그룹 조 회장의 횡령·배임 등에 가담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로 재판에 넘겨진 원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공모자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될 정도이므로 주모자인 조 회장은 그 이상의 실형이 선고될 중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이날 원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류모씨에게는 징역 3년, 이모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조 회장은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인근 한 대형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22억원 상당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았는데, 검찰은 원 씨 등이 여기에 공모했다며 기소했다.
이날 재판부는 "자산 많은 사람이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해 차명 또는 다른 사람 이름으로 부정하게 사업을 영위하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오랜 적폐 중 하나"라며 "이 사건의 경우 국민 보건을 위해 국가가 법률로 정해 자격을 교부하는 약국을 엄청난 자금력을 가진 기업가인 망인(조 회장)이 원 씨를 통해 개설하고 영위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 씨는 류 씨로부터 회계서류를 받아 경영직원실 직원에게 수익금을 산출하게 하고, 현금으로 지급받아 망인에게 보고하는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범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원 씨와 밀접한 공모를 통해 자금을 횡령한 것임을 천명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지난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트리온무역 등 명의로 구입해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에도 원 씨가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 원 씨가 조 회장 자녀 현아·원태·현민 씨가 소유한 계열사 정석기업 주식을 정석기업이 비싼 값에 되사게 해 회사에 41억원의 손해를 끼치도록 한 배임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주주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대표이사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고 난 뒤 재판정에 이르러서는 그런 행동이 기업 이익을 위해서라고 하면 기업범죄를 근절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