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에 3000억원을 지원하는 등 총 80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는 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전체를 담보로 잡았다고 밝혔으나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은 '빅딜' 성사 전인 지난달 29일과 11월 5일 두 차례 걸쳐 한진칼 주식 57만5000주를 담보로 127억원을 대출받았다. 10월 29일 하나금융투자에서 주식 15만주를 담보로 27억원을 대출받고, 1주일 뒤 하나은행에서 42만5000주를 담보로 100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은 것이다. 이는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0.97%에 해당한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7월과 8월에도 상속세 납부를 위해 각각 한진칼 주식 80만주와 70만주를 담보로 200억원씩 대출받은 바 있다. 연봉과 배당 수입 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자산이 없어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 조 회장으로서는 보유 주식을 매각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로써 조 회장이 최근 대출과 이전 대출을 포함해 금융권에 담보로 잡힌 지분은 그의 한진칼 지분 6.54% 가운데 약 5.4%에 달한다. 앞으로 나머지 상속세 납부를 위해 담보로 필요할 수 있는 지분 일부만 남겨두고 모두 끌어다 대출을 받은 셈이다.
산은은 한진칼과 맺은 투자합의서에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면서 '경영성과가 떨어질 경우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보유 주식 처분권을 가져갔으나 이 권한이 제대로 행사될 수 있는지 의문이 따른다.
산은이 담보로 설정한 조 회장의 지분은 이미 80% 이상이 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실제로 조 회장의 지분을 처분하려면 담보권을 1순위로 가진 금융기관에 조 회장의 대출을 먼저 갚아줘야 하거나, 2순위로서 담보 잡힌 지분의 15%만 받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