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광고대행사들과의 계약에서 최종 결재자는 회장..."이는 CEO 관여 증거"
경찰청 관계자 "한샘의 의혹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조만간 관련자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 밝혀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우리나라 가구 업계 매출 1위인 한샘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한샘이 공식 입장을 통해 “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으나 유령 회사들과 맺은 계약서에 회장의 서명은 왜 들어가 있는 건지 수상한 내용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샘은 또한 “회사 아닌, 개인 차원의 비리가 있는지는 조사해 보겠다”고 꼬리는 내렸다. 그러나 이는 비리 자체의 존재를 시인한 셈이어서 그동안 겉으론 ‘상생’을 외치면서 뒤로는 ‘불법비자금 조성'을 한 것이 아닌지 수사당국에서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31일 MBC 보도에 따르면 한샘의 방송 제작 협찬과 광고를 대행한다는 4개 회사는 법적으로 등록한 주소지에는 있지도 않은 유령업체임이 드러났다.
주소지의 호텔관계자와 건물관계자는 "처음 들어보는 회사이고 갑자기 황당한 질문“이라며 존재 사실을 부인했다. 결과적으로 실체가 의심되는 광고대행사와 체결한 수십억원대의 계약이 허위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유령 회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한샘은 "회사 차원의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하지만 개인 차원의 비리 등의 다른 문제가 있었는지 면밀히 자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외부 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고도 말했다. 회사 최고위층의 개입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인비리'에 방점을 둔 해명이다.
한샘은 내부 감사에도 착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한 개인비리로 보기 어려운 정황들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의심이 드는 대목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광고대행사들과의 계약에서 최종 결재자는 회장이란 점이다. 이는 최고 경영진이 직접 관여를 했거나 적어도 보고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증거로 보인다.
한샘의 임원이면서 광고대행사의 사내 이사이기도 한 의혹의 당사자도 '회장님의 재가'를 언급했다. 이 모 한샘 상무는 "(광고대행사 계약은) 회장님이 승인했던 거고. 그래서 저는 그냥 간편하게 생각했던 거고. 제가 진짜로 (광고대행사에) 관여를 안 해요. 제가 사내이사로 있지만…" 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올해 4월부터 코로나19 여파로 대대적인 비용 절감, 바로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광고대행사에 들어간 협찬 지원금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한다.
한샘의 내부고발자는 "전체적으로 회사 예산을 줄여야 된다고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나중에 (광고대행사에) 제작지원금으로 가는 금액은 늘어난 거죠"라고 폭로했다. 이 또한 한샘 부회장의 승인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샘의 의혹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관련자 조사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올 국감에 한샘 강승수 회장 한때 증인 채택했다가 철회...골목 시장 진출로 인테리어 소상공인들 '갑질' 피해 호소

한편 강승수 한샘 회장에 대한 올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이 철회됐다. LG하우시스와 함께 '중소상공인・중소기업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가까스로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당초 강 회장은 한샘의 '갑질'에 따른 중소상공인들의 비난과 항의로 지난 26일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뒤늦게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국감장에 나서지 않았다. 해당 상임위 소속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한샘 강 회장을 일반증인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증인이 철회된 이유는 전날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중소상공인을 위한 상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하면서 상임위 증인에서 철회됐다.
최 의원을 비롯한 상임위 소속 의원들은 국감에서 대기업·중견 가구 업체들의 골목 시장 진출로 피해를 본 인테리어 소상공인의 대리점 수수료, 소비자 분쟁 등을 강력히 따질 예정이었다.
이에 앞서 MBC는 29일 한샘의 내부문건을 입수해 “한샘이 광고대행사 4곳을 통해 지난 2018년부터 44억원이 넘는 광고비와 협찬금을 집행한 것으로 나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광고대행사의 법인 등기를 보면 한샘의 임원과 팀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것으로 기록돼 있고, 주소지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호텔로 돼 있는 등 실체가 없는 유령회사, 페이퍼 컴퍼니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샘의 44억원의 광고비와 협찬금 집행이 ‘유령 광고대행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목적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비자금 의혹이 불거지면서 한샘이 ‘협력사 동반성장 협력대출(상생펀드)을 100억원을 추가 조성키로 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들은 "겉으론 ‘상생’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비자금 조성’이라는 이율배반적 경영행태를 보인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