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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표, 명예를 선택했다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표, 명예를 선택했다
  • 오풍연
  • 승인 2020.10.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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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어떻게 살 것인가. 검찰의 사태를 보면서도 느끼는 바다. 비굴하게 살 것인가, 떳떳하게 살 것인가. 솔직히 지금 발 뻗고 자는 사람은 추미애 법무장관한테 당한 사람들일 게다. 반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친정권 검사들은 가슴을 졸이며 살 것 같다. 누가 보더라도 권력 편에서 칼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추미애가 크게 당했다. 그토록 믿었던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을 떠나겠다고 밝힌 탓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하며 힘을 실어주었는데 그 결과는 정 반대로 나타났다. 이는 추미애에 대한 도전으로도 볼 수 있다. 추미애의 방침을 따를 수 없다는 것. 박 지검장이 마지막 남은 검찰의 명예를 지켰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아니오”라고 한 검사가 있음을 보여준 까닭이다.

박순철은 의정부지검장으로 있을 때 윤 총장 장모를 기소했던 사람이다. 누가 보더라도 추미애 사람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박순철은 그 같은 시각도 잘못 됐다고 했다. 누구 편도 아닌 검찰의 입장에서 기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추미애 편도, 윤석열 편도 아니라고 강조한 셈이다. 실제로 박순철은 정의로운 검사로 통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검사들이 공통적으로 평가했다.

“이제 더 이상 있을 수가 없다” 그가 22일 오전 9시 55분쯤 검찰 내부망에 올린 A4용지 4장 분량의 글을 한 문장으로 내린 결과다. 검찰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처럼 표현했다. 박순철도 사람이다. 얼마나 고심을 했겠는가. 하지만 그도 작심한 듯 할 말을 다 했다. 추미애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다.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는 말도 했다.

박 지검장은 최근 사흘 동안 주변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하다”고 얘기해 왔다고 한다. 자신이 검찰을 떠나게 된 것도 그와 무관치 않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가족 관련 사건은 그동안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며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꼬집었다. 아울러 “2005년 당시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사퇴했다”면서 “그때 평검사인 저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제 검사장으로서 제 말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 지검장은 야당 정치인의 로비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올 5월 전임 남부지검장이 정기 면담을 통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했고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돼 올 8월 수사 상황을 대검찰청에 보고했다”고 했다. 이어 “(검사 술접대 의혹은) 이번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고,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추미애는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빼앗아 버렸다. 때문인지 윤 총장도 스스로 ‘식물총장’이라고 했다. 슬픈 검찰의 역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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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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