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추하게 살지 말라...옵티머스와 한 전직 부총리의 처신
모피아, 추하게 살지 말라...옵티머스와 한 전직 부총리의 처신
  • 조연행
  • 승인 2020.10.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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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들, 산하 조직 117곳 207명 고위직 자리 뺏어...생보-손보협회 회장과 서울보증보험 사장도 노려
벼슬자리서 물러나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향리로 돌아가 여생 마치는 옛 선비들이 새삼 그리워져

[조연행 칼럼]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옵티머스 금융사기 사건에 한 전직 경제부총리의 이름이 거론된다. 옵티머스에서 고문을 맡은 정치권 인사는 그 말고도 전 검찰총장과 전 은행장도 있다.

이 가운데 유독 전직 경제부총리가 눈에 띈다. 최근 20년간 우리 경제사에서 그처럼 수식어가 화려한 인사도 드물 것이다. 그는 우리 정치·경제에 위기가 닥쳤을 때면 언제나 ‘구원투수’처럼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런 다음 선두에 서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섰다. 그의 이름 앞에 ‘승부사’ ‘저승사자’라는 비장한 수식어가 붙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

1998년 은행감독원장에 오른 그는 초대 금융감독원장(1999년), 재정경제부 장관(2000년)으로 재직하며 환란(換亂)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을 바꿨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란 헌정 중단 위기 때는 경제부총리로 활약하며 시장 불안을 단숨에 해소했다.

우리 경제, 금융계에서 그를 내세우면 통하지 않는 곳이 없었을 듯 하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다. 그의 이름만 보고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다. 그래서 그를 고문으로 영입하면 들어가는 고문료의 몇배~몇십배의 장사가 된다. 그의 인적 네트워크를 잘만 활용하면 엄청난 돈벌이가 된다는 뜻이다

그를 영입한 옵티머스도 그것을 노리지 않았겠는가. 이들에게 매달 지급된 고문료는 500만원이다. 출근도 하지 않고 받았으니 적다고 할 수 없는 액수다. 대기업에 못지 않을 만큼 주었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그를 고용했을까. 뭔가 기여를 바라고 ‘투자’를 했을 것이 분명하다.

옵티머스 내부 문건을 보자. 거기에도 그의 이름이 나온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에는 그가 여러 투자 사업을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에게 제안한 걸로 돼 있다. 문건에는 ‘000 고문이 추천, 남동발전과 추진하는 바이오매스 발전소 프로젝트 투자 중’이라고 적혔다. 실제 김 대표는 한국남동발전 직원들과 미팅을 가졌고 남동발전이 계획하는 태국 바이오매스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모피아들은 현직 있을 땐 금융기관 상전 노릇...퇴직 후 대형 로펌-법무법인서 고문으로 고급 로비스트 역할 수행

이같은 배경에는 모피아라는 배경이 작용한다. 모피아(MOFIA)는 엣 재무부의 영문이름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이다. 어딘가 범죄(?)적인 느낌이 들기 때문일까. 부처 이름에 마피아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을 보면 뭔가 섬뜩하다. .

국내 금융기관 117곳에 모피아만 207명이 포진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피아는 옛 재무부의 약자인 MOF와 마피아의 합성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를 퇴직한 뒤 금융권에 취업한 인사를 말한다.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모피아들은 현직에 있을 때는 금융기관의 상전 노릇을 하다가 퇴직후 대형 고펌과 법무법인에서 고문 역할이라며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 취업제한이 지날 때까지 로비스트 일을 하다가 금융기관에 자리가 나면 꿰차고 들어가 또 급여를 챙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최근 6년간 은행, 증권사, 협회 등 117개 금융기관에 재직 중인 모피아는 총 207명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보면 공공기관이 45명으로 가장 많고, 증권사 45명, 손보사 36명, 생보사 30명, 은행사 25명, 협회 6회, 기타(카드사, 저축은행) 20명이다. 특히 현재 8개 금융 공공기관 중 단 1곳을 빼고 모두 기재부·금융위 출신이 수장을 맡고 있다. 기재부 산하 공공기관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모피아 출신 임원은 지난 6년간 은행 25명, 증권사 45명, 보험사 66명 포진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는 12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생명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협회장 자리에 모피아들이 거론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12월 8일 임기가 끝나는 신용길 회장(제34대)의 후임에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감원장 등 모피아 출신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과거 생보협회장에는 김규복, 이우철, 남궁훈 회장 등 모피아 출신이 상당수 존재했다. 하지만 현 신용길 회장과 전임 이수창 회장 등 최근 2대 연속으로 보험사 출신이 협회장을 맡았다.

모피아가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허울에 불과...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부와 선후배에 대한 로비스트 창구 역할 뿐

손해보험협회도 모피아 출신 김용덕 회장의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협회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력한 후보 물망 인사가 없는 가운데 손보업계는 김용덕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다. 김 회장은 금융감독위원회 겸 금융감독원장 출신 모피아다. 서울보증보험도 사장이 교체되는데 모피아 출신과 청와대 인맥이 줄을 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감원 국감에서 금융권의 모피아 포진에 따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금융개혁이 방해받고 여러 부작용들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모피아들이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낙하산으로 포진해 있어 금융개혁이 방해받고 여러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다. 관련법을 개정해 낙하산 방지는 물론 금융기관 자체 내부승진이 가능하도록 개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와 정계 등 일부 전문가그룹에서 나온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모피아가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허울에 불과하다. 정부의 일과 금융기관의 일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부와 선후배에 대한 로비스트 창구 역할 뿐이다.

그러기에 개혁은 기대할 수 없고 비리와 부정이 개입하게 된다. 이번 옵티머스 사태가 이를 잘 웅변한다. 현직에서 그만큼 상전 노릇을 했으면, 제2 인생은 의미 있는 다른 일을 찾아가야 한다. 상전 노릇하던 산하 기관에 급여를 찾아 기웃대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성신퇴(攻城身退)라는 옛말이 있다. 공을 이루고 나면 이내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지위나 재화 등 어떤 것을 자신이 수용할 수 있는 이상으로 갖게 되더라도 거기서 멈추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게 된다.

벼슬자리에서 물러나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한양을 떠나 서슴없이 향리로 돌아가 글을 읽으며 여생을 마치는 옛 선비들의 절개와 기품이 새삼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필자 약력>

조 연 행
/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 특별위원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

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전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전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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