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집권 20년' 건배사로 논란을 부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저버렸다며 야당으로부터 조롱과 질타를 당했다.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산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은 "이해찬 대표의 출판 기념회에 가서 무리를 했다"며 "일은 잘하시는데 정무적 감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이 회장은 발언 실수가 있었다며 또다시 사과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 기념회에서 '집권 20년' 건배사를 해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회장은 성 의원의 지적에 "발언 실수를 했다"며 "두 차례 공식적으로 사과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다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걱정하는 것처럼 정치적 중립성은 철저히 지키면서 일을 했고, 지난 3년간 실적을 보더라도 편향적으로 산은을 이끌지 않았다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경남 통영의 신아조선소 사업 부지 질의 도중 이 회장이 '보고를 자세히 받지 않았다'고 답변하자 건배사 문제를 꺼내 들었다.
강 의원이 "어느 분 출판 기념회는 다니면서 기념사를 하면서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 계시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산은이 핵심 역할을 맡은 정책형 뉴딜 펀드도 "과거 사업들 재탕이며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야당 의원의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기업을 발굴해서 자금을 공급하려면 무리한 영업이나 손실이 걱정된다는 얘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전날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5년간 산업은행의 기업 주식 투자에서 약 3조5000억원의 손상차손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이 회장이 일 잘한다는 소문을 무색케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산은이 주식 형태로 153개 기업에 228건에 걸쳐 진행한 투자에서 3조5637억원의 손상차손이 났다.
손상차손은 시장가치 하락 등으로 자산 회수가능액이 장부가에 미치지 못하면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은행이 자금 지원을 하는 대기업들에서 손상이 많이 발생했는데 대우조선해양 5260억원, 한국GM 4494억원, 한진중공업 612억원 등이었다.
송 의원은 산은의 주식 손상 발생 원인으로 투자 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거나 해외법인 투자의 미숙함, 투자 시점에서의 추정 대비 수익 저조 등을 꼽았다.
그는 "산은이 국내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에 주식으로 투자 지원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거의 해마다 주식 손상 규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투자 전략과 관리에서 부족함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