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전세대출 증가폭이 사상 최대였던 지난 2월 수준으로 급등했다.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고, 가격이 치솟은 것이 전세대출 급등세를 견인했다.
12일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9월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99조1623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2조6000여억원 늘었다. 이는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올해 2월(2조7034억)에 버금가는 수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신용자는 신용대출을 받는 게 보증료까지 내야 하는 전세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전세보증금 증액을 신용대출을 받아 해결했을 것”이라며 “전세보증금 목적으로 받은 신용대출까지 감안하면 지난달 전세대출 증가폭은 사상 최대 수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18조7091억원(23.3%)이나 많다. 올 들어 5대 은행 전세대출의 증가폭은 2월 역대 최대를 기록한 뒤 3월(2조2051억원), 4월(2조135억원) 차츰 감소세를 보이더니 5월(1조4615억원), 6월(1조7363억원) 2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다시 7월(2조201억원) 2조원대로 올라선 뒤, 지난달 증가폭이 커졌다.
전세대출이 급증한 건 ‘전셋값 급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집주인이 미리 전셋값을 올린 점도 전셋값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종합 전셋값은 0.53% 올라 2015년 4월(0.59%)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12개월 동안 상승 중이다.
당분간 은행권 전세대출이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로 등장하는 전세 매물들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신규 전세대출 신청액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는 상황”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기에 더해 기존 전세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전세보증금을 늘려 계약하는 경우에도 전세대출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수요들이 겹치면서 당분간 전세대출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