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또 추석이 돌아온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어 10월 추석을 맞는다. 벌써 해가 많이 짧아졌다. 나는 새벽마다 한강을 걷기 때문에 계절의 변화를 실감한다. 가장 해가 길 때는 4시 50분쯤 가로등을 끈다. 그런데 지금은 6시쯤 소등한다. 그만큼 밤이 길어졌다는 얘기다. 올 추석은 어느 해보다 쓸쓸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세종에서 부모님 차례를 지내는데 올해는 안 내려간다고 형님께 말씀을 드렸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서다. 많은 사람들이 귀향을 하지 않고 가급적 집에서 이번 연휴를 보내려고 생각하는 듯 하다. 그래야 된다. 코로나는 국가적 재앙임에 틀림 없다. 전염병 백신이 개발되지 않는 한 달리 방법이 없다. 서로 옮기지 않도록 거리두기를 하는 게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올 추석도 몇몇 지인들과 선물을 나눴다. 아주 극소수다. 평생을 나눌 분들이기도 하다. 나는 고향(충남 보령)에서 만드는 대천김을 보낸다. 가격도 저렴하다. 작은 마음이라도 표시하기 위해서다. 서울신문에 근무할 때는 40~50명에게도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점점 줄어 한 자릿 수다. 작은 선물이라도 보낼 수 있는 곳이 있어 기쁘다.
명절 선물도 그렇다. 내가 받으면 나도 보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그래서 아예 주지도 받지도 않는 사람이 많다. 나는 이보다는 다만 몇 곳이라도 보낼 수 있으면 좋다고 여긴다. 선물은 마음을 나누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얼굴을 보지 못하더라도 선물을 받으면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오랜 지인들과 선물을 나누는 이유다.
선물을 나누는 몇몇 분을 소개한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은 분들도 아니다. 그냥 마음이 통해 서로 선물을 나누고 있다. 오성호 회장님은 90년대 초 취재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났다. 내가 부모님처럼 여기는 분이다. “인재 아빠 또 김을 보냈어. 이제 안 보내도 되는데” 최근에도 회장님이 이 같은 전화를 먼저 주셨다. “명절이 돌아왔다는 증거입니다”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오히려 회장님이 지금도 선물을 꼬박꼬박 보내주셔서 죄송할 따름이다.
김은섭 전 대경대 총장님도 90년대 초반 대전엑스포 파견 근무 시절 만났다. 나는 당시 30대 초, 총장님은 30대 후반이었다. 그 때부터 작은 선물을 나누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통화를 했다. “형님, 우리 앞으로도 20~30년은 김 한 톳이라도 나누며 살아야 합니다” 내가 먼저 이 같은 말씀을 드렸다. 김 총장님과는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다. 총장님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이 같이 말한다. “그럼은요. 추석 쇠고 조만간 보자”고 말씀 하신다.
김송원 전 소장님도 오래 전부터 마음을 나누는 사이다. 나보다 6살 위. 그가 파출소장 등을 할 때는 가끔 들러 경찰관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참 마음이 착한 분이다. 부부 경찰관 출신이다. 부부동반으로 가끔 만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보지 못했다. 고위직보다 이런 분들에게서 더 사람내음을 느낀다. 김 소장님은 평소 이것저것 많이 챙겨준다. 항상 고마운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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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