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지난 이틀간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7000억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례없던 신용대출 급증세에 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를 막을 것을 주문하자, 은행들이 우대금리와 대출한도를 줄여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17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14~15일 이틀간 해당 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7244억원 증가했다. 이는 신용대출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던 8월보다도 1.8배 늘었다.
특히 모바일로 한도금리 조회부터 대출 실행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한 신용대출의 증가폭이 컸다. 한 은행의 비대면 대출상품의 경우, 14~15일 이틀 간 1570여건이 실행됐다. 전달과 비교했을 때 2.5배 늘었다.
이 같은 신용대출 급증세는 최근 금융당국이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현상의 주범으로 신용대출로 지목해서다. 이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은 최근 신용대출 우대금리 폭을 0.2%p 낮추면서 선제적으로 관리에 돌입했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방안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고신용자, 고소득자가 사용하는 상품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일반 고객 대상 신용대출 한도는 연봉의 150%까지 실행 중이다.
지난 10일 기준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1.85~3.75%(각 은행 신용대출 대표상품 기준) 수준이다.
은행에서 최저 금리로 돈을 빌리려면 우대금리(금리할인) 혜택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는데, 우대금리는 거래 은행 계좌, 계열사 카드 이용 실적, 금융상품 가입 유무 등 여러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우대금리 수준은 낮게는 0.6%에서 높게는 1%까지 은행 상품에 따라 다르다.
은행들은 특수직(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포함) 등 고소득·고신용자들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권 신용대출은 보통 연소득의 100~150% 범위에서 이뤄지지만, 신용도와 직업 등에 따라 예외 승인을 통해 200%까지 늘려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봉이 1억 5000만원이면 담보 없이 신용대출로만 3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14일 시중은행 부은행장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최고 200%에 이르는 신용대출 소득 대비 한도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