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최근 화물노동자 이모(65)씨가 작업 중 숨진 사고와 관련해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신흥기공과 이씨 사이에 장비 운송에 관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부발전의 공사입찰공고에 하도급 금지 조항이 있는 데도 신흥기공이 장비 운송 업무를 이씨에게 맡겼고, 이를 서부발전이 용인했다는 정황이 제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의 공사 입찰공고에는 ‘본 공사는 하도급이 불가하며, 한국서부발전㈜의 승인 없이 하도급을 하는 경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해당 공고에 따라 공사를 시행한 하청업체는 개인 화물차주를 고용해 운송을 맡겨 불법 하도급했으며, 이는 한국서부발전㈜의 용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에 고용된 이씨는 노동자가 2t짜리 기계에 깔려 숨졌다. 태안화력은 지난 2018년 12월 김용균씨가 산재로 사망한 사업장으로 이번 사고로 인해 '위험의 외주화'를 반대하는 노동단체 등의 특별 주목을 받고 있다.
강 의원실에 따르면 또한 숨진 이씨는 하청업체와 일일 위탁계약을 맺은 특수고용노동자였음에도 하청업체와의 계약서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서부발전이 특고 노동자에게 재하청을 맡긴 꼴이 된 셈이다.
아울러 서부발전이 입찰을 공고할 때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책정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돼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위험으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용으로 신호자 또는 감시자 인건비에 쓰이는 데 이를 무시한 것이다.
서부발전 측은, 이씨의 업무는 단순 운송 작업이기 때문에 제작 등 필수 공정 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불법 하도급 금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흥기공에 문의 결과, 이씨와는 구두로 계약이 이뤄졌으며 구두계약도 계약으로 성립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원청이 산업재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 때문에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시 원청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은미 의원은 ““석탄화력발전사의 다단계 사업과 인력 운영 구조는 제2, 제3의 안타까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통해 원청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