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신용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금융당국이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 신용대출이 은행권의 ‘대출 경쟁’에서 비롯됐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오전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열고 “최근 가계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과도한 신용대출이 우리 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 따르면 실제 지난 8월까지 국내 5대 은행들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총 124조274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3.1% 늘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이에 대해 손 부위원장은 "신용대출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계자금, 사업자금 수요 증가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자금 사정이 어려운 가계가 빚내서 버틴 데다, 주식·부동산 등에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 사례가 늘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신용대출 급증세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은행권 실적 경쟁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은행권은 갈아타기 대출 전용 상품을 속속 선보이며 대출 뺏기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신용융자시장과 증시 주변자금 추이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것”이라며 “최근 신용대출 증가가 은행권의 대출실적 경쟁에 기인했는지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당국의 ‘대출 수요’ 측면의 경고는 있었지만, ‘공급기관’에 대한 경고는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선 자금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금리 인하 등 유인으로 대출 증가를 부추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동산 관련 개인별 대출 실태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손 부위원장은 이날 “신용대출이 주택대출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지 않도록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실태 점검을 개시했다”고 말했다. DSR은 연소득 대비 한 해에 갚아야 할 가계대출 원리금의 비율을 뜻한다.
현재 은행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보유 차주를 대상으로 DSR 40% 이하를 적용하고 있다. 한 마디로 비싼 집 사면서 주담대를 냈으면, 신용대출 받는 건 어렵게 하겠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