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나연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사여부가 다음 주 쯤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인수 결렬에 무게가 실린다. 계약파기가 확정되면 남은 건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에 낸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이 될 전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과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은 HDC현산에 계약해지 통보를 논의, 다음주쯤 확정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27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아시아나항공 부채가 급증하며 HDC현산은 부채 재실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2조5000억원의 인수자금 부담이 커진 데다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HDC현산은 최종적으로 인수 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계약 파기가 확정되면 250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둘러싼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계약금 반환의 핵심은 인수 무산의 귀책사유가 누구에게 있는가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무산되자 계약금 3150억원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9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18년 일부인 1951억원을 돌려받았다.
이번 딜이 깨질 경우 새 인수자를 찾는 것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영구채 80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하면 아시아나 주식 37%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갈 수 있다. 사실상 국유화 후 재매각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아시아나항공에 약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까지 좌초 위기에 처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미 부실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항공업계 전반의 침체가 현산의 인수 의지를 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수 강행 시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계약을 체결한 지난해 말보다 더 심각해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291%로 지난해 말(1386%) 대비 900%p 이상 급증했다. 자본잠식률도 지난해 말 18.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49.8%로 나빠졌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중 채권단이 금호산업과 협의해 계약 해지를 통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호산업은 지난 7월28일 '8월12일 이후에는 계약 해제와 위약금 몰취가 가능하다'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발송한 바 있다.
매각 협상 결렬 시 아시아나항공은 6년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과거에도 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지난 2010년 1월 채권단 자율협약에 돌입한 이후 5년 만인 지난 2014년 12월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추후에는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들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