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기존 -0.2%에서 1.1%P 낮춰…외환위기 후 22년만의 역성장 가시화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한국은행은 27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 연방준비제도 기준금리(3월 0.00∼0.25%로 인하)와 격차는 0.25∼0.5%포인트(p)로 유지됐다.
금통위가 비교적 안정된 금융시장과 '과열' 상태인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을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는 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릴 수도 없는 만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커지는 부동산 거품' 논란도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불안을 고려할 때 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데 부담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재 기준금리(0.5%)만으로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실효하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화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화폐)가 아닌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낮춰 달러화 금리에 가까워질 경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유출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리를 더 낮추기에는 원/달러 환율도 최근 1,180원 선에 머물 정도로 안정적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열린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재확산할 경우 추가 금리 인하 여지가 있다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코로나의 국내 재확산 정보가 확대돼 실물 경기에 대한 충격이 상당히 커진다고 하면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기준금리가 현재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 더 낮출지 여부는 기대효과와 부작용을 따져보며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더 나빠지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0.2%에서 -1.3%로 1.1%포인트(p)나 내린 것이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당시(1998년)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한은 내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이 -1% 선이라도 지키려면 3분기와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최소 각 1.8% 정도 나와줘야 한다. 관건은 수출과 소비인데, 일단 수출의 경우 아직 반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7월 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7% 줄었지만, 4월(-25.5%), 5월(-23.6%), 6월(-10.9%)을 거쳐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문제는 내수 소비로, 지금처럼 코로나19가 다시 빠르게 퍼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 소비 회복세가 3분기와 4분기에도 유지되기 어렵다. 만약 소비 부진 탓에 3분기와 4분기의 GDP 성장률이 반등에 실패하면, 올해 연간 성장률은 -2% 아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내년 성장률은 직전 전망(3.1%)보다 0.3%포인트 낮은 2.8%로 전망됐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 0.4%, 1%로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