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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점입가경...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그룹 후계 구도에 반발
한국타이어 '형제의 난' 점입가경...장남 조현식 부회장도 그룹 후계 구도에 반발
  • 백종국 기자
  • 승인 2020.08.2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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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녀 조희경 이사장이 낸 조양래 회장 성년후견 신청에 가세...후계 조현범 사장에 현금 증여 막을 듯
차녀 조희원(10.82%) 씨와 국민연금(7.74%) 향방도 주목...법원 일정 상 그룹 후계 안정에 시간 걸려
▲조현범 사장의 후임 구도에 조현식 부회장이 반발함에 따라 한국테크놀로지 그룹의 승계를 둘러싼 '형제의 난'이 본격화 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조현식 총괄부회장·조현범 사장. 한국타이어 제공.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최근 그룹 승계와 관련하여 경영권 다툼이 일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조현식(50)  부회장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큰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편에 섰다. 동생 조현범(48)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사장에게 지분을 모두 넘긴 아버지 조양래(83) 회장의 결정에 의구심을 표한 것이다.

조 부회장의 법률대리인은 25일 입장문을 내 "회장님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주변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그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는 상황"이라며 "조 부회장 역시 회장님의 최근 결정이 회장님 주변인들로부터 제공된 사실과 다른 정보에 근거한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회장님의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회장님 본인을 위해서 뿐 아니라 그룹, 주주 및 임직원 등의 이익을 위해서도 법적인 절차 내에서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조 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는 조현범 사장을 상대로 한 조 부회장의 사실상 전면전 선포다. 조 부회장의 입장을 전한 법무법인 원의 변호사가 '남매의 난'을 치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대리했다는 점에서 단단히 한판 붙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같은 조 부회장의 행보는 뜬금 없는 것은 아니다.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난 장남 조현식 부회장의 반발과 회사 지분 19.32%를 가진 그가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과 차녀 조희원(10.82%)씨와 연합할 가능성도 재계에서 예상했던 것이다.

앞서 조 회장의 장녀 조희경 이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한 바 있다. 성년후견 제도는 질병·장애·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성인에게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조 이사장 측은 청구 접수 당시 "그동안 조 회장이 갖고 있던 신념이나 생각과 너무 다른 결정이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들이 놀라고 당혹스러워했다"며 "이러한 결정이 조 회장이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 회장은 조 사장에게 주식 전부를 매각하기 직전까지 그런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다"며 "평소 주식을 공익재단 등 사회에 환원하고자 했고, 사후에도 지속가능한 재단의 운영을 고민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잘못된 판단으로 수십년 간 이끌고 성장해 온 그룹에도 위기가 올 수 있다"며 "잘못된 의사 결정은 기업의 가치 존속과 기업에 근무하는 수만명 근로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쳐 조 회장에 대한 신상보호와 재산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조 회장은 이튿날 입장을 내고 "첫째 딸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건강에는 문제가 없고 조 사장에게 지분을 넘긴 것은 계획하고 있던 일이라고 반박했다.

 

두 남매, 조 사장 주식매입대금 부친으로부터의 현금 증여 막는 게 관건

이날 조 부회장이 입장문을 내면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 구도에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금까지는 조 회장이 차남 조 사장에 지분 23.59%를 양도함으로써 나머지 세 남매 지분 30.97%를 압도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그룹 지분 보유현황은 조현범 사장이 42.9%로 최대주주로서, 주식 보유에 있어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19.32%, 장녀 조희경은 0.83%, 차녀 조희원이 10.82%에 비해 월등하다.

이날 조 부회장의 입장 발표로 이제 한국타이어 4남매 중 3명은 2대 1 구도로 갈렸다.  차녀 조희원 씨는 '중립'이라고 그룹 측이 전했으나 아직 본인이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승계 구도의 변수로 떠오른 것은 조 사장의 주식매입대금 건이다. 앞서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 부친 조 회장으로부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2400억원 중 2200억원을 주식담보대출로 빌렸는데 결국은 그 대금을 아버지로부터 받아 갚을 것이라는 게 두 남매의 판단이다.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하면서 여기에 제동이 걸린 상황으로, 현금 증여가 안 되면 조 사장이 지분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서둘러 증여를 받더라도 이후 성년후견 결정이 나오면 뒤집힐 여지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계산이다.

하지만 조 부회장이 조 이사장과 성년후견심판과 관련해 뜻을 같이 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한 편인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조 부회장은 조 이사장측과는 다른 대리인을 내세웠으며, 입장 발표 전 구체적인 조율작업을 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 회장이 사회환원에 관심이 많았으며 그 일환으로 한국타이어나눔재단 등에 지분을 넘기기로 했다는 조 이사장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구조.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구조.

롯데그룹 사례로 볼 때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상당기간 그룹 표류 불가피

지난 31일 법원이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 청구를 접수함에 따라 의사의 감정을 통해 당사자의 정신상태를 확인하고 진술을 듣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이 질병, 노령 등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한정후견인을 선임할 것이며 조 회장 측이 이에 불복해 항고도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사례를 들어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2015년 12월 신 명예회장(당시 총괄회장)의 여동생이 신청한 성년후견 심판 청구는 신 명예회장 측의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2017년 6월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1년6개월여가 걸렸다.

이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승계 논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재판 일정 등을 고려할 때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후계 구도가 결론 나고 안정되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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