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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균,쇠'의 역사...21세기 코로나 19 방역은 전쟁이다
'총,균,쇠'의 역사...21세기 코로나 19 방역은 전쟁이다
  • 정종석
  • 승인 2020.08.2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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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등 특정 집단 아니라 카페, 회사, 관공서 등 널리 퍼져...하루라도 빨리 3단계로 가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인류 역사상 중세를 휩쓴 흑사병은 1346년 몽골군이 크림 반도의 페오도시아라를 공격한데서부터 시작됐다. 페오도시아는 북부 이탈리아에 있는 흑해 최대의 항구도시이자 이탈리아 교역의 중심지였다.

페오도시아는 몽골군의 집요한 공격에도 끄덕도 하지 않았고, 전투는 몇 주 동안 지속됐다. 그 사이에 몽골군 진영에서 전염병이 발생해 싸울 수가 없었다. 몽골군은 투석기로 시체를 상대 진영의 성안으로 날려 보내고 후퇴했다.

전염병은 순식간에 페오도시아에 퍼졌고, 제노바 상인들은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흑사병균과 함께 이탈리아 각지로 도망쳤다. 전염병에 감염된 사람을 실은 배가 교역 거점인 콘스탄티노플, 시칠리아, 사르데냐, 제노바, 마르세유로 기항했다. 이들 항구는 교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흑사병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유럽​​ 뿐 만이 아니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북아프리카, 중동에까지 확산됐다. 흑사병은 유럽인구의 절반 이상을 감소시켰다. 14세기 흑사병으로 도시의 귀족들이 오염된 환경을 피해 도시를 비우면서 기능을 잃었다.

1918년 3월 미국 시카고에서 창궐한 스페인 독감은 5000여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1차 세계대전의 사망자 수보다 세 배나 많다. 스페인이 바이러스의 발원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언론이 이 사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이름이 붙여졌다. 한국에서도 ‘무오년 독감(戊午年 毒感)’이라고 불렸다. 국내에서는 740만여명이 감염됐고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1918년, 전 세계 인구는 4억5000만에서 3억5000만 명으로 1억명이 줄었다.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인구가 한 해에 1억명이나 줄어든 것은 이 해에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으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의 수는 대략 5000만 명, 많게는 1억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인류에게 가장 두려웠던 전염병인 중세의 흑사병이 기승을 부렸던 1347~1351년의 5년 동안 2500만 명이 사망했다.

이것과 비교해도 스페인 독감을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이라고 부르는데 이의를 달 수 없다. 어떤 전염병이나 전쟁, 기아도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일이 없었다.

21세기 '불청객' 코로나 19 종식 안되고, 인류와 영원히 함께 할 지도 몰라

영국 면역학계 권위자인 마크 월포트 박사는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라디오 4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는 천연두처럼 백신으로 종식될 전염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포트 박사는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영국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코로나 19와 같은 전염병은 더 자주 더 파괴적으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는 종식되지 않고, 인류와 영원히 함께 할 지도 모른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기후변화로 콜레라, 홍역과 같이 이미 인류가 정복했다고 믿어왔던 질병이 다시 위협이 되고, 기온의 상승으로 뎅기열이나 에볼라와 같이 열대와 아열대에서만 나타나던 질병이 더 넓은 지역에서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금은 스페인 독감 발병 때보다 인구가 많고, 인구 밀도도 높으며 여행 등 이동이 잦아 바이러스가 더 쉽게 전파된다. 기후변화로 어떤 전염병이 더 발생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전염병의 발생지역과 시기가 증가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필요하지만, 백신 한 번으로 사라지기는 힘든 질병으로 보인다. 매해 독감 백신을 맞듯 정기적으로 재접종을 해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지구촌이 열병을 앓고 있는 지금 떠오르는 것이 ‘총, 균, 쇠(Guns, Germs, and Steel)’란 저술서이다. 이 책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의 지리학 교수 재러드 다이아몬드가 지은 문화 이론서이다.

총균쇠는 총과 세균 금속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세가지가 크게 인류의 불평등을 낳았다고 말한다. 인류가 탄생한 뒤 코로나 바이러스 뿐 아니라 흑사병, 에볼라바이러스 등 아픈 상처를 준 전염병들의 대부분이 동물을 통해 생성됐다.

유라시아 대륙은 기를 수 있는 가축의 종이 많았던 만큼 여러가지의 바이러스에 면역을 갖고 진화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러 유럽에서 떠날 때 실제로 유럽군들에 의해 죽은 사람의 숫자보다 병으로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전쟁 자체보다 세균이 무섭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지금 시대는 달라도 중세의 흑사병 공포-스페인 독감의 충격은 현재진행형

따지고 보면 균의 관점에서는 세상이 인간의 것이 아니라 균의 것이지 않을까. 인간이 끊임없이 세균을 발견, 백신을 만들고 저항하지만 세균이 그보다 더욱 발전하고 인류사는 결국 인간과 세균 간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과 세균은 같이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닐까.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게 아니다. 자기 면역력을 강화하면서 숙주를 데리고 살아야 하는 면역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 존재일 뿐이다.

23일 코로나19의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명에 육박할 정도로 전국 대확산 양상이 뚜렷한데도 정부 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3단계 격상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방역당국에서는 지금 당장 수도권부터라도 3단계 격상 신호를 넣고 있으나 청와대 등 정부가 단안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는 방역 격상으로 이동제한, 격리 등 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 국민경제에 주름살이 느는 것을 우려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코로나위기는 전쟁이나 똑같은 상황이다.그만큼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건을 위협한다. 실제로 일일 확진자 규모 뿐만 아니라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 비율, 검사 건수 대비 양성률, 환자의 지역적 분포, 집단발생 건수 등을 종합하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손 씻기로 해결되지 않기에 강력한 이동 중지 조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거리두기를 짧고 굵게 3단계로 올려서 국민의 경각심을 90%로 올리면 안된다는 경고마저 나온다.

코로나방역에 전 국민이 동참하려면 단기적으로라도 하루 빨리 3단계로 가야 한다. 교회 등 특정 집단이 아니라 카페, 회사, 관공서 등 코로나19가 일상에 널리 퍼졌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보건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은 물론 앞으로 우리나라 국민들도 누구나 순식간에 코로나 19에 감염돼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지금 21세기, 시대는 달라도 중세의 흑사병 공포와 스페인 독감의 충격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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