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등급 직장인 상당수 주담대 대신 2%대 신용대출로 부동산 구입...정부 규제 강화 가능성에 촉각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 대책으로 주담대, 전세대출이 막힌 가운데 이렇게 금리까지 낮아지자 신용대출로 주택자금을 조달하려는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이며 심지어 은행 직원들조차 2%대 초반의 금리로 신용대출을 쓰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시중 5대 은행에 따르면 지난 14일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등에 따라 연 1.74∼3.76% 수준으로 연 2.03∼4.27%인 주담대보다 낮다. 전세대출(연 1.55∼3.81%)과 비교해도 최고 금리의 경우 신용대출이 오히려 0.05%포인트(p) 더 낮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 신용 1등급의 고액 연봉자 등 극소수의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등 부동산 담보 대출금리보다 일시적으로 낮았을 수는 있지만, 지금처럼 신용 1∼2등급의 직장인 상당수가 일반적으로 주담대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현상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금리구조·고정비 차이에 인터넷은행 경쟁까지 겹쳐 1년새 0.64%P↓
이 같은 신용대출-주담대 금리 '역전' 현상은 '0%대 기준금리' 환경 속에서 대출금리 구조 차이와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경쟁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우선 신용대출의 경우 기준금리로 주담대보다 기간이 짧은 단기 채권의 시장금리를 사용하는데 최근 단기물 금리 낙폭이 더 큰 게 영향을 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이 신용대출 기준금리로 삼는 금융채 6개월물의 금리는 1년 전보다 0.719%포인트(p) 떨어졌지만, 주담대 등에 사용되는 금융채 5년물의 경우 같은 기간 0.0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친 상황이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 등에 담보 설정 비용 등 고정비가 들어간다는 점도 주담대의 금리 인하를 한계 지우는 요인이다.
은행이 최근 0.5%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순이자마진(NIM)을 1.5% 정도로 가정할 때 신용대출 금리는 2%(0.5+1.5) 정도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담대 금리에는 은행이 부담하는 설정비 등 비용이 들어가기에 NIM 1.5%로는 부족하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여기에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공격적 공격적 신용대출 금리 인하에 은행권도 가만 있을 수 없었던 게 배경이다.
이 같은 신용대출-주담대 간 금리 역전 현상을 금융당국이 보고만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차원에서 3개월내 주담대와 신용대출을 동시에 승인하지 않는 등 은행이 지금도 신용대출의 주택자금 전용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동산 자금원으로서 신용대출이 더 문제가 되면 아마 정부가 신용대출 규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