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구매 아파트 중 33%는 구매 후 미거주...국세청 탈루혐의 42명 조사키로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 40대 미국인 A 씨는 2018년부터 수도권과 충청권 소형 아파트 42채를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였다. 매입한 부동산 가격은 총 67억원이나 되지만 한국 내 소득이 많지 않고 보유한 재산도 그에 미치지 못하는 등 상당한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했다. A 씨는 보유한 아파트를 임대해 수입을 올렸는데, 일부는 주택임대업 등록을 하지 않아 임대소득도 축소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 30대 중국인 B 씨는 유학 목적으로 입국해 한국어 어학과정을 마쳤다. 이후 취업해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 소재 고가 아파트 외에 경기, 인천, 부산 등 전국적으로 아파트 8채를 취득했다. 그는 아파트 여러 채를 단기간에 사들일 만한 한국 내 소득이나 재산이 없었으며, 중국으로부터 수억 원을 송금받았지만 8채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B 씨는 8채 가운데 7채를 전·월세로 임대하고도 임대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소득세를 탈루했다.
# 외국기업의 한국사무소 임원으로 근무하는 50대 외국인 C 씨는 시가 45억원 상당인 한강변 아파트와 강남에 있는 시가 30억원 아파트 등 아파트 4채를 취득했다. C 씨가 사들인 아파트 4채의 시가는 총 120억원에 이른다. C 씨는 본인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 3채를 외국인에게 월세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임대로 주고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5월까지 약 3년5개월 동안 외국인이 사들인 한국 아파트가 7조7000억원어치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3일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17년~2020년 5월 외국인 2만3219명이 총 7조6726억원에 달하는 한국 아파트 2만3167채를 취득했다.
특히 올해 1~5월 외국인이 매입한 한국 아파트는 3514건 1조2539억원어치로 전년 동기 2768건 8407억원어치 대비 49.1%(4132억원)이나 증가했다. 연도별 취득 건수는 2017년 5308건에서 2018년 6974건, 2019년 7371건, 2020년(5월 말 기준) 3514건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2020년 5월 한국 아파트 매입 현황을 국적별로 보면 총 2만3167채 중 1만3573채를 매입한 중국인이 1위를 차지했다. 무려 3조1691억원어치에 달했다. 미국인이 4282채(2조1906억원)로 2위를 차지했으며 캐나다인 1504채(7987억원), 대만인 756채(3072억원), 호주인 468채(2338억원), 일본인 271채(931억원)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4473건(3조2725억원어치)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가 1만93건(2조7483억원어치), 인천이 2674건(6254억원어치)로 그 뒤를 이었다. 서울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는 517건(6678억원어치), 서초구는 391건(4392억원어치), 송파구는 244건(2406억원어치)이었다.
아파트를 2채 이상 산 다주택자 외국인은 1036명으로 2주택자가 866명, 3주택자가 105명, 4주택 이상자가 65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총 2467채를 매입했는데 1명이 42채(67억원어치)를 사들인 경우도 있다.
외국인 구매 아파트 총 2만3167채 중 7569채(32.7%)는 취득 후 현재까지 1번도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국세청 측은 "외국인이 실제로 거주하지 않는 한국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해 보유하는 것은 투기성 수요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2017년~2020년 5월 아파트를 매입한 외국인 중 주택임대소득 등 탈루 혐의가 있는 42명을 세무 조사할 계획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 자본에 의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투기성 보유로 의심되는 경우 취득~양도 전 과정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관련 탈세는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엄정하게 조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