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된 영향으로 금값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은 국제 정세가 불투명해지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투자처다.
투자자들이 최근 저금리 기조로 시중은행의 예·적금에서는 대거 이탈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반면 골드뱅킹(금 통장) 잔액은 6000억원을 넘어섰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의 g당 가격은 전날보다 450원(0.58%) 상승한 7만86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 가격은 최근 고공행진 했다. 지난 28일일에는 장중 g당 8만297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은 예금과 같이 이자를 받는 자산이 아닌 실물자산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돈을 맡겨놓고 받을 수 있는 이자도 줄어든다. 하지만 유동성이 풀려 ‘돈값’이 떨어지면 오히려 금의 매력이 부각된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같이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에서 금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KRX금시장, 금펀드, 골드뱅킹, 금 실물거래로 나뉜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의 ‘골드뱅킹(금 통장)’ 잔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골드뱅킹 상품을 출시한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골드리슈’ 누적 잔액은 지난달 말 6372kg에서 이달 27일 기준 6649kg으로 277kg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53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좌수도 15만3029개에서 15만4135개로 1106개 늘었다. 이는 지난 2월 가입자의 7배에 달하는 증가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골드뱅킹 잔액도 지난 3월 이후 이달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뱅킹을 운영 중인 세 은행의 ‘금통장’ 잔액을 더하면 총 6092억원에 이른다. 지난달(5442억원) 대비 11.94% 증가한 것이다.
골드뱅킹은 고객이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맞춰 해당 금액만큼 금을 계좌에 적립해 주는 상품이다. 입금 시 예금액만큼 금을 0.01g 단위로 적립해 준다.
그래서 금 통장에는 입금액이 아니라 금 시세에 따라 매입한 금의 무게가 표시된다.
금을 실물로 인출하지만 않는다면 골드바를 거래할 때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 10%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매매차익의 15.4%만 배당소득세로 내면 된다. 언제든 사고 팔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은행 관계자는 “중장기 투자 목적으로 금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격이 많이 올랐음에도 관심도가 예전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