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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갑질'...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 '갑질'...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 강승조 기자
  • 승인 2020.07.2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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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단가 인하 위해 하도급 업체 기술 자료 빼앗아 경쟁사에 넘겨"
현대중공업, "공정위 판단 존중하지만 당사 입장과 차이 있어"
▲잇단 산재사망사고에 이어 하청업체 기술 유용 혐의로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회장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잇단 산재사망사고에 이어 하청업체 기술 유용 혐의로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회장이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을 탈취해 경쟁사에 넘겨 단가를 낮추는 행위를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돼 거액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올해 잇단 산재사망사고에 이어 이번 하도급업체 기술 유용 혐의로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현대중공업에 시정 명령과 함께 과징금 9억7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6일 밝혔다. 이 과징금 금액은 기술 자료 유용 행위에 부과한 것 중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18년 고시 개정으로 과징금 상한이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오른 뒤 처음으로 10억원에 가까운 과징금 부과 조치가 나왔다.

다만 공정위는 지난 2019년 10월 이미 같은 사안으로 현대중공업과 임직원을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 고발은 않는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이 삼영기계의 기술 자료를 유용한 데다 그 기술 자료를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했으며, 또한 기술 자료 요구 서면을 주지 않는 등 하도급법(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삼영기계와 A사의 자료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오탈자.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삼영기계와 A사의 자료에서 동일하게 발견되는 오탈자. 자료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단가 낮추겠다며 국산화 함께 한 하도급사 '토사구팽'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부품 국산화에 기여하며 20년을 함께 하는 하청업체를 전형적인 방식으로 '토사구팽'했다.

2000년 디젤 엔진을 개발한 뒤 엔진에 쓰이는 피스톤을 삼영기계와 협력해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뒤 한국에서는 삼영기계로부터만 이 부품을 공급받아왔다.

그러다가 2015년 3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제3자인 A사로 피스톤 공급처 이원화를 시도했으나 A사의 피스톤 품질이 미비하자 삼영기계의 기술 자료를 몰래 제공했다. 이 자료에는 공정 순서, 품질 관리를 위한 공정 관리 방안 등 삼영기계만의 기술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2016년 5월 이원화가 끝나자 삼영기계에 단가를 인하하라고 압박해 3개월간 약 11%를 낮췄으며, 1년도 지나지 않아 삼영기계와의 거래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은 "A사에 제공한 기술 자료는 우리가 제공한 사양을 재배열한 것에 불과하고 단순 양식 참조로 제공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 기술 자료에는 삼영기계만의 기술이 포함돼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은 삼영기계에 자료 작성을 요청하며 빈 양식을 보냈고, A사에는 삼영기계가 관련 내용을 모두 적은 양식을 보낸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밝혀졌다. 심지어 A사가 작성한 자료에서는 삼영기계가 작성한 것과 같은 오탈자가 발견돼 확실한 물증으로 잡혔다.

현대중공업은 이원화 진행 기간 목적을 얘기하지 않고 삼영기계에 '작업 표준서'와 '지그(Jig·가공이나 조립 시 제품과 공구의 작업 위치를 지시하고 유도하는 데 쓰는 기구) 개선 자료'를 요구해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삼영기계에는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양산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하는 이(e)메일을 보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하자가 발생했을 때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이런 자료를 요구했다.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정위는 현대중공업의 요구에 하자가 발생하지 않은 제품에 관한 것도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하자 발생 제품 관련 요구도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게다가 현재중공업은 2014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는 삼영기계에 '인력, 장비, 재료·부품, 공정'(4M) 관련 보고서와 검사 성적서, 관리 계획서를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중공업의 '갑질'에 막대한 피해를 본 삼영기계는 결국 이 사건을 경찰과 공정위에 신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지난해 10월 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을 공정위에 요청했다. 공정위 고발이 이뤄진 뒤 검찰은 일부 불기소, 일부 약식기소했으나 현대중공업이 이에 불복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검찰 고발 후에도 조사를 이어간 끝에 이번 시정명령과 과징금 제재를 내놓은 것이다.

문종숙 공정위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삼영기계는 피스톤 관련 3대 업체 중 하나임에도 대기업보다 열위한 지위에 있어 (기술 자료를 내놓으라는 등) 압박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기술 자료가 왜 요구되는지도 모른 채 줬고, 그 자료가 결국 경쟁사로 넘어가 단가가 낮아지고 거래까지 끊긴 안타까운 사례"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당사의 입장과 차이가 있어 공정위로부터 의결서를 받게 되면 검토 후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은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발표한 같은 날(26일) 7월 한달간 울산 세진중공업과 이영산업기계 등 선박 블록을 제작해 납품하는 5개 사외 협력회사를 차례로 방문해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은 올해 3월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직할로 협력회사와의 상생모델 구축을 위해 신설됐다.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현대중 불복해 재판 중...현대중 하도급 갑질은 이전에도 있어

현대중공업의 하도급업체 대상 '갑질'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은 수년간 하도급업체에 계약서·대금 '갑질'을 벌였다가 지난해 12월 208억의 과징금을 물고 검찰 수사까지 받았다.

당시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2014∼2018년 207개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 작업 4만8529건을 위탁하며 계약서를 늑장 발급했다. 하도급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해야 했고, 사후에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야 했다.

단가 인하를 따르지 않으면  '강제적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압박하며 2016년 상반기 48개 하도급업체의 9만여 건 발주 건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51억원 규모의 하도급 대금을 깎은 것으로 드러났다.

2016∼2018년에는 사내 하도급업체에 대금을 결정하지 않은 채 본공사에 더한 추가공사 1785건을 위탁한 뒤 제조원가보다도 낮은 금액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제조원가보다 낮은 하도급대금을 준 행위로 제재한 것은 현대중공업이 첫 사례로 기록되기도 했다.

중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를 조직적으로 빼돌리는 등 조사 방해를 하다 적발돼 회사에 1억원, 소속 직원 2명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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