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어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생사여탈’은 옥석(玉石) 구분해야
돈벌어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생사여탈’은 옥석(玉石) 구분해야
  • 권의종
  • 승인 2020.07.25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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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면 살아날 ‘양질 한계기업’ 살리고...고의적 회생신청으로 빚만 털어내려는 ‘양심 한계기업’ 망해도 싸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한계기업은 계륵과 같다. 큰 소용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닭의 갈비와 유사한 존재다. 이는 한국은행의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쉽게 수긍이 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내 기업 2곳 중 1곳은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거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기업 비중이 50.5%로 전년 34.1%보다 16.4%포인트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1 미만은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1.1로 지난해 4.3보다 대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기업 평균 역시 0.9로 전년 2.3에 비해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들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8%에서 올해 1.6%로 3.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 팬데믹 탓에 기업 경영이 힘들어질 것은 짐작했지만 상황이 이 정도까지일 줄이야.

실은 코로나19 전염병 발생 이전부터 한계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5~2019년 외감법 적용 비(非)금융기업 2만764개사를 조사한 결과다. 2019년 한계기업 수가 3,011개사로 전년 대비 17.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계기업에 고용된 종업원 수는 2018년 21만8000명에서 지난해 26만6000명으로 22.0% 증가했다. 2016년에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보인 것이다.

기업 규모 별로는 대기업 한계기업이 2018년 341곳에서 지난해 413곳으로 21.1% 늘었다. 이들 기업의 종업원 수는 같은 기간 11만4000명에서 14만7000명으로 29.4% 증가했다. 중소기업 중 한계기업은 2,213곳에서 2,596곳으로 17.3% 증가했고 종업원 수는 14.1% 늘었다. 상장기업이라고 형편이 다르지 않다. 699곳 중 한계기업 수는 2018년 74곳에서 지난해 90곳으로 늘어 전년 대비 21.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내 기업 2곳 중 1곳은 ‘경제의 계륵’, 한계기업 전락

한계기업의 존재는 기업 내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정상기업으로의 자원 이동을 막아 동업종 기업 전체의 생산성과 수익성을 갉아먹게 된다.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경제 전체에 심대한 악영향까지 끼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한계기업이 우리나라 제조업 노동생산성에 미친 영향'에서 수치로 상세히 판명되었다.

2010~2018년 제조기업 7만6753개를 분석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지 3년이 넘은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의 비율이 이 기간 7.4%에서 9.5%로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생산성이 높은 기업에 인적·물적 자원이 더 많이 돌아가야 경제의 효율이 높아지는데, 생산성이 낮은 한계기업이 자원을 차지함으로써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실증 분석했다.

한계기업이 없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2010~2018년 평균 기준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4.3%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회생이 힘든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정상기업의 생산성이 개선될 수 있음을 입증해 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토머스 그레샴의 법칙대로 나쁜 기업은 좋은 기업과 공존해 좋을 게 없음을 중대한 시사점으로 제시한 것이다.

연구결과대로 정책 실행은 어렵다. 부실징후가 있다고 한계기업 모두를 퇴출시킬 수 없다. 기업을 하다보면 위기는 언제든 찾아온다. 현재의 한계기업도 과거에는 우수기업이었을 수 있다. 정상기업도 언제 한계기업의 나락에 떨어질지 모른다. 개중에는 의외로 경영의지, 사업전망, 기술력 등이 뛰어난 기업들이 적지 않다. 다소의 관심과 지원을 배려한다면 회생에 성공할 수 있는 잠재력과 강인한 생명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사업전환, 구조개선, 재창업 적극 도와야...기촉법 상시화하고, 관치와 제도 악용 막아야

퇴출에도 막대한 손실과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기업 내부에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귀중한 경영·기술 노하우의 사장 등 산업적 측면에서의 직접적 손실 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고용 인력의 실업에 따른 생존권 위협과 같은 민감한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등 국가의 경제·사회 질서에 심각한 위해를 끼치는 악영향을 초래한다. 기업의 특성과 사업성이 고려된 실효적 회생지원제도가 가동되어야 하는 절박한 현실적 이유다.

사업전환, 구조개선, 재창업 지원 등 다각도로 기업 회생을 도와야 한다. 비용은 들겠지만 필요하면 전문가를 파견해 사업정리와 회생진로를 제시하는 컨설팅 서비스도 유효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한계기업 모두를 살릴 수 없다. 살릴 가치가 있는 기업만 살려내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퇴출시키는 게 맞다. 옥석구분의 원칙만큼은 지켜져야 한다. 가망 없는 기업을 지원해봤자 경제 효율을 저해하고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는 허사가 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상시화가 요구된다. 2001년 한시법으로 도입되어 일몰 연장과 일몰 후 재도입의 번거로움을 거듭해 왔다. 임시변통이 항구대책이 될 리 없다. 기촉법에 근거한 워크아웃은 그나마 장점이 적지 않다. 채권단 100%가 찬성해야 구조조정이 가능한 자율협약과는 달리, 75%만 찬성해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기업회생절차에 비해 회생도 빠르다. 다만 그간 제기된 위헌 논란, 관치 금융, 실효성 문제를 해소해야 쓸모가 커질 수 있다.

관치와 제도 악용을 막아야 한다. 대체적 분쟁조정제도(ADR)를 도입, 정치적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 ADR은 중립적 전문 중재자가 기업 채무를 채권자와 조정하고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의 회생절차로 전환하는 제도이다. 또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도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DIP제도(Debtor in Possession)의 활용은 높이되 도덕적 해이는 차단해야 한다. 걸핏하면 고의적 회생신청으로 빚만 털어내려는 ‘양심 한계기업’은 망해도 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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