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최근 상상인 그룹 계열 저축은행이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위주 영업에 따른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가 유가증권(주식)담보대출과 주식연계대출 취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국내 79개 저축은행 회원사 ‘주식담보대출 및 주식연계대출 취급기준 표준안’을 배포, 시행에 들어갔다.
표준안은 저축은행이 취급할 수 있는 주식담보대출(스탁론 포함) 규모를 자기자본의 150% 이내로만 취급해야 한다. 이미 한도를 초과한 저축은행의 경우, 1년 이내에 이 기준을 맞춰야 한다.
주식연계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과 취득요건도 마련했다. 예탁결제원 등록 발행분의 경우 담보로 잡히는 CB·BW의 가치는 최대 70%까지만 인정하도록 했다. 만약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대주주가 바뀐 기업에는 아예 담보대출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당국의 이번 조치는 주식담보대출이 무자본 M&A에 자금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최근 불법대출 혐의로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의 대표가 구속 기소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준원 상상인그룹 대표는 외관상으로는 상장사들이 전환사채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했으나, 실상은 코스닥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고리 담보대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상상인 그룹 계열 저축은행의 CB 또는 BW 담보대출 현황은 지난해 6월말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 담부대출 총액의 91.6%에 달하는 7053억 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이를 금지할만한 관련 규제는 없어 주식관련대출 취급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지만, 차입자금의 높은 이자를 내기 위해 기업사냥꾼이 주가상승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는 등 시장 교란 우려가 있다고 당국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상상인 저축은행도 주식담보대출취급 비율을 줄인 상태다. 상상인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주식담보대출을 줄였다”며 “올해는 개인 부문을 늘려 기업과 개인 비중을 50대 50 정도로 조절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이 같은 영업방식이 극소수 일부 저축은행들에 국한돼 있고 대다수 저축은행들은 정상범주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일반화해 규제에 나서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도 "이처럼 편중된 영업방식 개선 필요성을 업계 전체가 인지한 만큼 CB나 BW담보대출 비중이 큰 일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개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