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의 추억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네잎 클로버의 추억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송재소
  • 승인 2020.07.2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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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소  칼럼] 누구나 어릴 때 들판에서 한 번쯤은 네잎 클로버를 찾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클로버가 나있는 곳을 발견하면 으레 네잎 클로버를 찾곤 했다.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기가 일수였다. 자연 상태에서 네잎 클로버가 생길 확률이 1만분의 1이라고 하니 쉽게 눈에 띨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혹시 찾게 되면 뛸 듯이 기뻐하며 책갈피에 꽂아서 소중하게 보관했다.

이렇게 네잎 클로버를 열심히 찾은 것은 꽃말이 행복, 행운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네잎 클로버를 찾으면 내가 행복해지고 행운이 돌아온다고 믿었다. 성장해서는 ‘왜 사람들이 하필 네잎 클로버를 행복의 상징으로 삼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는 행복한 일이 네잎 클로버처럼 드문 것인가?’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과연 행복하지 않은 일,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비정의 계모와 계부

이른바 ‘가방 살인사건’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2020년 6월 어느 날, 천안에 사는 한 계모(繼母)가 9살 난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넣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 계모는 의붓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두고 외출했다가 3시간 만에 돌아왔는데 아이가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았다고 해서 더 작은 가방에 가두고 가방 위에서 발을 구르기도 했다고 한다.

계모는 숨을 쉴 수 없다는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가방에 가두어 결국 숨지게 했다. 좁고 답답한 가방 안에서 숨이 멎을 때까지 괴로워했을 이 아이가 우리를 몹시 슬프게 한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인간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가? 전래동화『콩쥐 팥쥐』에 나오는 콩쥐의 계모는 여기에 비하면 선량한 인물이다.

그런가 하면 9살 난 의붓딸을 학대한 창녕의 어느 계부(繼父)가 또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계부가 의붓딸을 학대한 것은 천안의 계모 못지않게 엽기적이다. 그는 아이의 손발을 쇠사슬로 묶고 다락방에 감금했을 뿐만 아니라 때때로 욕조에 머리를 밀어 넣어 물고문을 했고 지문(指紋)을 없애기 위해 뜨거운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기도 했다고 한다.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까스로 다락방 창문을 나와 위험한 지붕을 통과하여 이웃에 구조를 요청한 이 가엾은 소녀가 우리를 너무나 슬프게 한다. 꽃처럼 아름다울 9살 소녀를 이토록 무참히 짓밟은 그 계부는 인간인가 짐승인가?

어디 그 뿐이랴.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관이 무장도 하지 않은 흑인 청년 조지 플로이드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다. 목이 눌려 “숨을 쉴 수 없다”며 죽어간 이 흑인 청년이 우리를 말할 수 없이 슬프게 한다.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고 연방 군대를 동원하여 진압한 트럼프 대통령도 우리를 분노케 한다.

북한 지도부의 막말 폭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대한민국.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 자체만으로도 슬픈 일이거니와 남쪽을 향해 쏟아내는 북쪽 지도부의 거침없는 막말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2020년 6월 16일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 전후에 쏟아낸 말 폭탄은 그야말로 메가톤 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15 선언 20주년에 한 연설을 두고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은 “멋쟁이 시늉을 해보느라 따라 읽는 글줄 표현들을 다듬는 데 폼 꽤나 넣은 것 같다”라 조롱하고 “연설을 듣자니 속이 메슥메슥해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또 “시궁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이 순간까지도 남조선 당국자가 외세의 바짓가랑이를 놓을 수 없다고 구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헛된 개꿈을 꾸지마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덩달아 옥류관 주방장까지 “평양에 와서 우리의 이름난 옥류관 국수를 처먹을 때는 그 무슨 큰일이나 칠 것처럼 요사를 떨고…”라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토해냈다.

‘말은 사상의 옷이요 마음의 그림’이라고 한다. 말은 말하는 사람의 사상과 마음가짐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러므로 말에는 그 사람의 인격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이토록 천박한 막말을 거칠게 쏟아낼 수 밖에 없는 ‘김씨 조선왕조’의 서글픈 현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우리를 답답하게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송 재 소
·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 퇴계학연구원 원장

· 저서
〈중국 인문 기행 2〉,〈중국 인문 기행 1〉창비, 2017/2015
〈시로 읽는 다산의 생애와 사상〉, 세창출판사, 2015.04
〈다산시 연구〉(개정 증보판), 창비, 2014
〈다산의 한 평생〉, 창비, 2014
〈역주 다산시선〉(개정 증보판), 창비, 2013
〈한국한시작가열전(송재소와 함께 읽는 우리 옛시)〉, 한길사, 2011
〈한국 한문학의 사상적 지평〉, 돌베개, 2005
〈한시 미학과 역사적 진실〉, 창작과비평사, 2001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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