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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2021년부터 영국서 퇴출… 본격적인 中 압박 시작되나
화웨이, 2021년부터 영국서 퇴출… 본격적인 中 압박 시작되나
  • 유경진 기자
  • 승인 2020.07.1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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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문제 아닌 정치적 결정에 무게 시사…美中 사이서 미국 압박 고려한듯
캐나다 등 英 연방국가들 '가시방석'...경쟁사인 노키아-에릭슨-삼성은 ‘활짝’

 

▲화웨이는 오는 2021년부터 영국의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퇴출된다.
▲화웨이는 오는 2021년부터 영국의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퇴출된다.

[금융소비자뉴스 유경진 기자] 영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의 퇴출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영국의 모든 이동통신사는 2021년부터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신규 매입이 금지된다. 2027년까지 이미 수입한 화웨이의 5G 장비를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영국의 올리버 다우든(Oliver Dowden) 디지털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은 하원에 출석해 “이번 조치로 인해 영국의 5G 출시가 1년 지연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화웨이가 주장해왔던 국가 안보 위협 문제와는 달리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대립에 있어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화웨이 장비에 보안 문제가 없다”라고 냈던 입장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다우든 장관은 “화웨이 퇴출 결정은 영국의 5G 네트워크를 2~3년 지연시키고 20억 파운드(약 3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 영국 통신망과 국가 안보 및 경제에 가장 적합한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힘든 결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화웨이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영국의 디지털 격차를 심화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vs. 중국 → 영국 vs. 중국 외교전으로 번지나

이어 화웨이는 “이번 퇴출은 비즈니스(보안) 측면이 아닌 정치적 목적(무역정책)을 가진 결정”이라며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화웨이는 영국에 약 1600명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으며 중국의 최대 영국 투자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영국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화웨이 퇴출을 결정한 이유는 정치적 이유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를 상대로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영국이 상호 첩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파이브아이즈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포함된다. 

또한 지난 6월 미 국방부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판단되는 20개 기업 목록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파이브아이즈 동맹국에게 반(反) 화웨이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홍콩을 두고 영국과 중국 간의 대립도 한 몫을 차지했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이 결정된 직후, 영국은 중국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영국은 홍콩주민에 대한 비자발급을 확대하겠다고 공표했고,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특별지위를 종식하고, 홍콩보안법에 관여한 중국 관리들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의 최대 동맹국이자 영 연방국인 캐나다 정부는 화웨이에 대해 말을 아끼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이 ‘화웨이 보이콧 선언’을 함으로써 캐나다도 비슷한 흐름을 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구금 사건으로 캐나다-중국 간 외교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중국이 캐나다인 두 명을 간첩협의로 보복성 기소하면서 캐나다 정부도 곧 강력한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자의 불행은 나의 행복"...노키아, 에릭손, 삼성 웃다

화웨이의 퇴출이 경쟁사에게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누가 대체할 것인지 주목한다.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키아(Nokia)와 에릭슨이다. 노키아 에르자 산카리(Erja Sankari) 부사장은 “우리는 영국 네트워크의 모든 화웨이 장비를 대체할 수 있는 역량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에릭슨(Ericsson)사는 “오늘의 결정은 영국에 5G 사업배치에 대한 투자 결정을 늦추고 있는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우리는 영국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라고 말했다. 화웨이는 영국 외에 독일,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에 5G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지난 9일 김우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영국 하원 위원회에 출석, 삼성이 영국에 5G 통신망 장비를 제공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영국 정부는 삼성전자에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우든 장관은 5G 통신망 구축에 삼성전자와 일본의NEC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무역과 금융 우대조치 등을 포함해 신규진입 기업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영국 이동통신사는 정부의 결정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브리티시텔리콤(BT), 보다폰(Vodafone) 등 영국 통신사들은 지난 8일 영국 의회 과학기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 비용부담과 통신불통 사태 등을 언급하며 화웨이 배제의 위험성을 밝혔다. 

안드레아 도나 영국 보다폰 네트워크 총괄은 “다른 장비회사 제품으로 교체하는 데 수십억 원의 파운드를 써야 하고, 고객에게 원활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 장관은 영국의 결정을 환영했다. “영국은 이번 결정을 통해 신뢰할 수 없는 위험성 높은 업체 제품의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국가 안보를 지키게 됐다”라며 “우리는 대서양 건너편의 안보와 번영에 중차대한, 안전하고 활기찬 5G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우리의 영국 친구들과 함께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웨이는 영국 정부에 방침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에드 브루스터 화웨이 대변인은 "이번 발표가 우리 사업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검토 할 것이며 영국 정부와 협력하여 영국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화웨이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가장 핵심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다. 유럽연합(EU)은 “각 회원국이 판단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영국에 이어 독일과 프랑스도 같은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로서는 위기극복을 위해 멀리 내다보고, 장기전 준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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