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하고 마스터카드 매각 등 무리한 지원 리스크 우려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KT 자회사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지분 34%를 기존 계획보다 적은 주식 수와 금액으로 사들이게 됐다. 우리은행과 NH투자증권 등 다른 주주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의 정상화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비씨카드가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마스터카드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등 무리한 지원에 나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비씨카드는 지난 3일 ‘케이뱅크에 대한 유상증자 변경 이사회’를 열고 지난 4월 결정했던 케이뱅크 주식 취득 결정 내역을 대폭 수정했다.
당초 비씨카드는 케이뱅크의 주식 34%를 확보하기 위한 유상증자에서 취득 주식 수를 5249만58주에서 3900만2271주로 1348만7787주 줄어 취득 금액은 2624억5029만원에서 1950억1136만원으로 감소했다. 이로써 비씨카드 자기자본(1조2598억1265만원) 대비 비중은 20.83%에서 15.48%로 5.35%포인트 떨어졌다.
케이뱅크는 지난 4월 594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지만 주주들이 출자 결정을 지연하면서 유상증자 규모를 2392억원으로 축소해 3대 주주(우리은행·비씨카드·NH투자증권)에만 배정하기로 했다.
비씨카드는 17년 만에 회사채를 발행하고 마스터카드를 매각하기로 하는 등 케이뱅크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려 했던 만큼 다소 힘이 빠지게 됐다.
그러나 2대주주인 우리은행과 3대주주인 NH투자증권은 정상적으로 영업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케이뱅크에 긴급자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이미 독주체계를 구축한 카카오뱅크와 경쟁할 수 있게 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에 대한 비씨카드의 지분 취득 예정일이 당초 지난달 18일에서 오는 28일로 변경됐다. 비씨카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 한도 초과 보유’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받아야 34%의 지분을 획득할 수 있다.
리스크 떠안은 비씨카드 '구원투수' 되나…케이뱅크, 연체율 2.3배 급증
카드업계에서는 비씨카드가 사정이 어려운 케이뱅크를 떠안는 것은 위험 감수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케이뱅크는 지난 3월말 가계대출 연체율이 1.97%로 전년 동월 대비 지난해 2.3배 급증했다.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비씨카드의 케이뱅크 지분인수에 따른 부담이 향후 신용도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씨카드가 당장 케이뱅크 대주주로 등극하기 위한 필요 자금은 조달 가능하지만 추가 자본금 확충도 문제로 인식된다.
올 1분기 비씨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71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4%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32억8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쪼그라들었다.
한편 지난해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게 돼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내세워 케이뱅크 지분을 인수하게 했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등극 불발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올해 4월 마침내 공정거래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KT가 대주주로 등극할 수 있는 길이 열려, KT는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케이뱅크의 최대주주로 앉히는 방안을 강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