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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 사태와 평등-공정-정의...文대통령 취임사에 해법 있다
인국공 사태와 평등-공정-정의...文대통령 취임사에 해법 있다
  • 권의종
  • 승인 2020.07.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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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도 정규직 될 수 있어야... 단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전제돼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불공정’에서 오는 분노가 크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보안검색 요원 1902명 모두를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했다. 후폭풍이 거세다. 취업준비생들의 상심이 크고 허탈해한다. “노력하는 사람의 자리를 뺏는 게 평등이냐?”는 항의성 글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랐다.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그만해 달라’는 국민청원에 동의자가 늘고 있다.

카카오톡 대화 캡처 하나가 인터넷에 퍼지며 기름을 부었다. 인국공 비정규직 직원들 간 채팅으로 추정되는 내용이었다. '22세에 알바천국 통해 보안요원으로 들어와서 이번에 정규직 전환이 된다' '서·연·고(서울·연세·고려대) 나와서 뭐 하냐. 너희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이라고 얄밉게 빈정거렸다. 알고 보니 가짜 뉴스. 거짓 정보에 흔들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인국공 직원들의 반발이 크다. “힘들게 입사한 우리는 뭐가 되느냐“며 규탄대회를 벌었다. 1인 시위를 하고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기존 정규직들은 엄청난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하게 입사 했음에도 만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들의 정규직화가 대통령 공약 이행을 위해 일사천리로 진행됨을 항변한다. 여기에 정치권은 도움은커녕 방해만 한다. 잦은 말실수로 일만 더 꼬이게 하고 있다.

정부 시각은 확고해 보인다. 청년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고 늘리기 위한 노력으로 인식한다. 응시 희망자에게는 오히려 큰 기회가 열리는 것으로 본다. 이번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자리는 취준생들이 준비하던 정규직이 아니고, 기존 보안검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용역회사 직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이 갈 기회도 커질 것이라는 부연 설명이다. 처한 입장만큼이나 의견들이 다르다.

취준생, 불공정에 ‘허탈’, 인국공 정규직 불공평에 ‘항변’...정부, 응시 희망자에 되레 ‘기회’

힘든 건 취준생들이나 인국공 직원들만이 아니다. 정작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인력을 고용하는 공항공사일 수 있다. 공기업이다 보니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할 따름이다. 자본을 투자하고 예산과 인사권을 거머쥔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한다. 정부가 하라는 대로 군말 없이 따르는 게 상책으로 통한다. 부끄럽지만 대한민국 공기업의 슬픈 자화상이다.

공기업 통제가 만만치 않다. 정부가 매년 공공기관의 경영실적을 평가해 발표한다. S에서 A~E까지 6단계로 등급을 매긴다. 이에 따라 임직원 성과급을 차등화하고 심하면 기관장 문책까지 한다. 그러니 경영평가기준이 금과옥조가 될 수밖에. 평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골라하고, 도움이 안 되는 업무는 기피하는 악습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다.

공기업으로서야 정해진 기준만 지키면 될 것이나, 실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정부로부터 상충되는 정책과 지침들이 시달되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비정규적의 정규적 전환’ 문제도 그런 사례 중의 하나이다. 지난 6월초 기획재정부가 340개 공공기관에 시달한 ‘공기업 인력효율화 방안’과 내용면에서 정면으로 배치된다.

공기업 인력 효율화의 골자는 두 가지다. 공기업 조직의 인력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기(中期)인력운영계획 제도를 도입한다. 기관별로 중장기 경영목표, 사업계획, 경영환경 등과 연계하여 3년 단위 인력수요전망 및 운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인력 재배치 계획도 시행한다. 각 공기업은 전년도말 기준 일반정규직 정원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재배치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공기업의 인력 비대화를 막고 정예화를 기하라는 주문이다.

공기업도 ‘기업’, 일자리 만들어내는 곳도 아냐...지나친 고용 강요는 경영 악화 부를 수 있어

모순을 드러낸다. 일자리 창출의 명분으로 공기업 조직을 비대하게 만들면서, 동시에 효율화의 이름으로 인력 슬림화를 채근하는 셈이다. 죽어나는 건 공기업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난감할 것이다. 그래도 나중이야 어찌되든 두 마리 토끼를 쫒아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면서 인력 감축을 이어가야 한다. 앞뒤가 안 맞고 효율에 반하나 감내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공기업의 인력 채용은 당장은 어렵지 않다. 반면 ‘철밥통’ 조직에서 인원을 정리하고 재배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크고 작은 진통과 반발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업무량 증가와 공직자 수의 증가는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진행되는 게 상례이다. 지금까지도 그랬다. ‘공직자 수는 일의 분량과 관계없이 증가한다’는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 이미 실증한 명제이기도 하다.

공기업도 ‘기업’이다. 고유 사업영역이 있고 경영책임을 스스로 져야 한다. 사회공공의 복리향상이라는 공공성이 요구되나, 수익성 추구 면에서는 사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공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곳도 아니다. 고용 강요는 경영 악화를 부른다. 결국 국민 부담으로 귀결된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정원수는 지난 해 40만 명을 넘어섰다. 총인건비는 올해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정책은 수단에 불과하다.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좋은 취지의 정책도 정도가 지나치면 일을 그르친다. 나무만 보고 숲을 못 보는 정책은 없느니만 못하다. 비정규직도 정규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기회가 공평하고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 실은 답이 지척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 그만한 해법이 없다. 취준생과 근로자, 공기업을 함께 살리는 방책으로 손색이 없다. 취임사 재독(再讀)을 권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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