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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이재용 수사말라고? 세상이 썩어도 너무 썩어”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이재용 수사말라고? 세상이 썩어도 너무 썩어”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0.06.29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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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8개월간 뭘 수사했던 것이냐” "범죄 확증했어도 매번 수사심에 물어볼 참이냐"
지난 2007년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했던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삼성그룹과 입법, 사법, 행정부의 회개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사진=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대검 수사심의위원회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불기소 권고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천주교에서도 나왔다. 대검 수사심의위의 이 부회장 불기소 권고 이후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종교계에서도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9일 ‘이재용 씨는 욕심을 비우고 양심을 찾으시오’라는 장문의 성명을 내어 대검 수사심의위의 지난 26일 이재용 부회장 수사중단 및 불기소 권고를 비판했다.

사제단은 이를 두고 “이것이야 말로 요절복통할 일”이라며 “그럴 양이면 검찰은 지난 1년8개월간 무엇 하러 수사를 했던 것이냐”고 탄식했다. 사제단은 “앞으로는 검사가 수사심의위원회에게 물어본 다음 수사하고, 범죄를 확증했어도 매번 수사심의위원회에 기소여부를 물어보라고 할 참이냐”며 “이러다가 국민여론조사를 거친 다음 수사에 착수하라는 소리까지 나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제단은 언론의 부회뇌동이 더 웃기는 일이라면서 몇몇 황당한 언론보도를 예로 들었다. 동아일보가 “이로써 그간 삼성의 불법행위는 없었음이 밝혀졌고, 이제야 긴 터널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주장한 것 등을 들어 사제단은 “광고비를 뜯어내려는 검은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준영 부장판사가 ‘준법감시위원회 마련을 권고하며 ’심리기간에도 당당히 기업 총수로서 일하라‘고 훈계한 것을 두고 “옛날 같으면 그런가보다 했겠지만 이제 이런 ‘이상야릇한 놀이’는 그만 접기 바란다”며 “사람들이 말은 못해도 속으로 비웃는다”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지난 날 공정을 위해 사심을 버려야 하는 판관들의 야합하는 바람에 우리 역사가 얼마나 더러워졌느냐”며 “자격 없는 ‘오너’ 한 사람의 사익을 위해 임원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판관들을 야합하게 만드는 이 조직적 범죄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료 시민들을 향해 사제단은 “우리는 이미 2016년 겨울 촛불혁명을 통해서 희망이 절망을 이기는 경험을 맛보다”며 “다시는 반칙과 불의에 주눅 들거나 무기력하게 물러서지 말자”고 독려했다.

2007년 사제단은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삼성 비자금 문제를 폭로한 바 있다.

이들은 “김용철 변호사와 함께 삼성의 범죄를 드러내는 일은 두려웠다”며 “‘법과 원칙’을 주무르는 삼성 일가의 능수능란한 솜씨에 대해 얼핏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세상이 썩어도 이렇게 썩을 수 있을까 싶어 참담했으나 지금은 똑같은 수법으로 죄의 얼룩을 덮으려는 행태가 한심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들은 2008년 4월 ‘삼성특검과 삼성그룹의 경영쇄신안에 대한 입장’ 이후 더는 입장을 내지 않다가 이번에 의견을 낸 이유는 “‘촛불혁명’으로 독재자 박근혜와 함께 역사상 처음으로 삼성 총수를 감옥으로 보냈던 시민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어 “‘주가 조작’에다 ‘회계 사기’도 모자라서 오로지 일신의 탐욕을 위해 국가 권력자와 뇌물로 거래하고, 국민연금에까지 손을 뻗치고, 그러면서도 코로나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운운하며 못 본 체해 달라는 저 파렴치한 행위는 반드시 응징되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사제단은 “기소를 앞둔 검찰은 머뭇거리지 말아야 하고, 법원은 처벌로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동료 시민에게도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마음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사제단은 특히 이건희 이재용 부자에 양심을 찾으라고 거듭 권했다. 사제단은 “삼성 이건희, 이재용 같은 부자父子가 세상에 또 있을까 싶다”며 “아버지에 이어 아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고 법정에 서고, 하나마나한 대국민 사과와 약속을 반복하며, 누가 보아도 죄가 분명한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술술 풀려나곤 한다”며 “웬만한 사람이라면 그런 불명예와 몰염치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2007년에는 이건희 비리 수사에 ‘조준웅 특검’이, 2017년에는 아들 이재용 범죄 수사에 ‘박영수 특검’이 나서느라 막대한 혈세를 지출한 점을 들어 사제단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이런 민폐를 견디지 못한다”며 “자신들을 여느 사람과는 차원이 다른 예외적 존재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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