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코로나 위기에 케인즈는 과연 하늘에서 웃고 있을까
세계적인 코로나 위기에 케인즈는 과연 하늘에서 웃고 있을까
  • 정종석
  • 승인 2020.06.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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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정크본드 매수 발표...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3주년 연설서 ‘한국판 뉴딜’ 발표
코로나 극복 이후 대비하며 차분-조용하게 정책적 대안-제언들을 준비해야 할 필요성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기준금리 '50bp, 이례적' 전격 인하. FOMC 정례회의 이전 50bp 인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25bp씩 금리 조정하던 '그린스펀의 베이비 스텝' 원칙 깨면서 코로나 충격 심상찮음 시사.

■미국 연준 최대 2조3천억 달러(2천800조 원)의 유동성 투입. 일부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와 상업용 주택저당증권(CMBS),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까지 매입하는 전례없는 조치.

전 세계적으로 불러닥친 코로나 19 태풍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범국인 미국에서 올들어 최근까지 진행된 일들이다. 연준이 정크본드까지 매수해 준다는 미국발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은 “와! 미쳤네~”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건 완전히 전시 체제에서나 할 수 있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던 자유시장경제의 모범국 미국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된 느낌이다. 연준에서 주가 관리에 나섰다면 사실상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른 시장경제를 포기했다는 말로 들린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시장을 조작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미국이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동성 규모와 지원 대상을 파격적으로 확대한 것은 지금이 균형상태에서 훨씬 벗어난 사실상 전시 상황이라는 뜻이다.

경제학자 케인즈 “우리는 모두 장기적으로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적극 재정정책 주장

고전경제학자들은 경제는 언제나 균형을 찾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발생하자 거시경제학의 아버지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우리는 모두 장기적으로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고 주장하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장했다.

결국 대공황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 개입을 주장하는 케인즈주의의 등장을 불러왔다. 당시 각국 정부는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정부 지출을 늘렸고, 민간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했다. 이른바 ‘큰 정부’다.

193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루즈벨트는 새로운 정책, ‘잊혀진 사람들을 위한 뉴딜’을 내세우며 당선됐다. 그가 천명한 뉴딜정책은 경제사회의 재건, 가난과 불안에 떠는 국민 구제를 궁극적 목적으로 삼았다.

루즈벨트의 뉴딜을 이론적으로 든든하게 뒷받침한 것이 바로 케인즈의 거시경제학이다. 수정자본주의, 즉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와 반대편에 서 있는 케인즈이론은 계획 경제를 자본주의에 도입, 시장을 규제함으로써 회복력을 얻고자 했다.

정부의 적극적 시장 개입, 공공사업(공공지출)의 확대가 골자다. 고전 경제학의 합리적 행위자가 개인이었다면, 수정주의에선 개인이 아니라 국가다. 케인즈는 이 때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만 믿었다가는 모두가 망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공공정책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실업자, 빈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추구했다.

결과적으로 뉴딜 정책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 덕분에 루즈벨트는 대통령 4선의 위업 달성에 성공했다. 그는 대공황을 극복하고 미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황금기를 이끈 지도자로 역사에 남았다.

문제는 상황 나아지고 나서도 흑자재정 할 리가 만무하고, 유동성만 풀려나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

코로나 19로 전 세계경제가 패닉상태에 빠진 지금 세계 각국이 저마다 경제난국 타개를 위한 해법찾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최대 경제 의제(agenda)로 ‘한국판 뉴딜’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정부의 역할 확대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총 76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편성했다. 예산의 절반 이상이 차기 정부에서 투입되는 만큼 한국판 뉴딜은 연속적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거시경제 정책의 핵심은 돈이 원활하게 잘 돌게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로 온 국민들의 외출을 자제하고 소비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사용기한과 사용처을 제한적으로 정해놓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은 응급처방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

원래 불황을 맞아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시절에 국가가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위기를 극복한 뒤 다시 흑자재정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 케인즈 경제학의 원리이다.

지금은 자유시장이 아니라는게 확실하다. 시장경제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가운데 관치주도 또는 국영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축구에서 오심도 심판의 일부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기불황을 해소하기 위한 관치경제가 불가피하다면 이것도 시장의 일부분이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치자.

문제는 지금까지 정치권의 행태로 미뤄볼 때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고 나서도 흑자재정을 할 리가 만무하고, 그 결과 유동성만 풀려나가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금융시장에서는, 구조조정을 용인하지 않고 계속해서 구제를 해주고, 금융완화를 한 나머지 이제 남은 약발이 별로 없는 편이다.

죤 스튜어트 밀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택하겠다’ 유명한 말 남기며 질적 공리주의 강조

과거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이렇게 금리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을 과연 예상했을까. 지금은 금리는 둘째라 치더라도, 돈을 찍어내서 회사채와 쓰레기 채권, 채권형 파생상품까지 사들이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되살아난 케인즈의 망령인 셈이다.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고,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일반 시민들은 자기도 모르게 화폐의 가치를 강탈 당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거나, 경기 불황이 길게 이어진다면 세계 경제는 파국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연준의 출구 전략 또한 애매해 질 것이 뻔하다.

1980~1990년대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설 자리를 잃었던 큰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 도처에서 부활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19에 따른 위기극복 목소리에 케이즈식 처방을 반대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맹목적 분배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도 설득력이 약하다.

다만 위기일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금언처럼 현실경제가 온통 코로나 극복에 혼과 정신을 빼고 있을 때라도 경제학계 한편에서는 앞으로 언젠가 코로나 극복 이후를 대비하며 차분하고 조용하게 정책적 대안과 제언들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공리주의의 창시자인 제레미 벤덤과 그를 신봉했으나 후일 조금 다른 공리주의를 주창했던 죤 스튜어트 밀이 생각난다. 양적 공리주의를 주창했던 벤덤을 따르던 밀은 후일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택하겠다’는 유명한 말을 남기며 질적 공리주의를 강조했다. 알프레드 마샬이 얘기했듯이 경제학이 인간의 따듯한 체온을 되찾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100년 전 '냉철한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지닌 경제학 기사도를 강조한 알프레드 마샬의 정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경제성장을 위해 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의 포용과 사회적 화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시각이야말로 코로나 위기인 지금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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