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피해액 금융사가 배상?…“통합기구 없이 과도한 책임전가”
보이스피싱 피해액 금융사가 배상?…“통합기구 없이 과도한 책임전가”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6.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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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이스피싱 척결방안 발표...금융사 1차 배상책임 도입
업계 볼멘소리 “피해 금액 제한 없이 커지거나 고객 악용 우려 커…기준 없는 대책”
게티이미지뱅크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소비자 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에 배상책임을 떠안게 한 정부 대책 발표에 대해 금융사에 다소 과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피해 금액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고 고객이 악용하는 사례도 배제할 수 없어, 정작 실효성 있는 대책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이 금융사가 운영하는 인프라가 범죄의 통로로 활용되기 때문에 운영기관으로서 사후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용자의 고의 중과실이 없는 한 무과실 책임주의를 적용해야한다는 것이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와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척결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금융회사에 보이스피싱 의심 금융거래를 적극 모니터링할 수 있는 FDS(이상금융거래 탐지 시스템) 구축을 의무화 하는 등이다.

다만 금융회사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이용자의 손해 분담 원칙, 도덕적 해이 방지 등을 고려해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는 게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는 보이스피싱 피해 발생 시 1차 배상책임을 금융사에 지우는 방안이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FDS 시스템과 100만원 이상 입금 시 30분간 인출이나 이체가 제한되는 지연인출제도 등 운영 중에 있지만,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고도화·지능화 되면서 피해 규모가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선 금융사 직원이 보이스피싱이 의심될 경우 자금 이체 등을 막지만, 고객이 고집을 부려 결국 피해를 보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게 금융업계의 설명이다. 

또 피해 금액이 제한 없이 커질 수 있고, 고객이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는데 배상 원칙 기준이 면밀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모아진다. 통합기구 설치나 통신사들이 더 많이 관여하는 형태의 실효성 있는 대책들은 빠졌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는 금융위가 협의가 끝나지 않은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한 볼멘소리도 내놨다. 금융위가 지난해 말부터 이 방안을 금융업계와 협의를 시작해 최근까지도 양자 간 협의를 진행했지만, 금융업계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지속 피력해 협의점을 찾진 못했다.

한 은행권 임원은 “정부와 금융업계의 입장이 첨예해 섣불리 결정할 부분이 아니었고, 결론이 난 것도 없었다”며 “금융업계와 협의 중인, 금융업계가 지속적으로 반대한 방안을 금융위가 발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보이스피싱 배상책임을 금융사가 지도록 한 금융위의 결정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FDS 고도화 등을 유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보이스피싱 1차 저지선인 고객이 무너지면, 2차 저지선인 금융사가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금융사는 해킹 등 직접적인 공격도 방어해 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잘못을 해서 책임을 지는 게 아니라, 전자금융거래법상 무과실책임주의를 적용한 것”이라며 “카드사처럼 FDS를 강화하면 보이스피싱 상당 규모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권대영 금융위 금융기획혁신단장은 “금융기관을 믿고 이용하는 고객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는 건 한계가 있다”며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모르고 당하는데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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